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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발 반지의제왕봐 (제반봐) + 읽고 내가 느낀 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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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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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반지의제왕 봐주세오 

물론 초반부 개빡센 건 알고 있지만..... 두개의탑부터 존잼됨 진짜야

톨킨할배는 시뮬레이션 돌려서 글을 썼기 때문에 디테일이 쩔어줌

그 재미가 쏠쏠함


이하는 읽고 내가 두서없이 쓴 감상들




1. "폐허와 부패 속에서도 그 씨앗들은 항상 숨어있다가 언젠가 기대치 않았던 시간과 장소에서 다시 피어난단 말이야.

인간의 행적은 우리의 행적보다 더 오래 갈거야." (p.230)


김리에게 레골라스가 건넨 말인데 이걸 보면서 아라고른에 대한 은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에스텔, 소롱길, 성큼걸이, 여러 이름을 가진 채 본명과 가계를 숨긴 채 살아왔으나 누구도 기대치 않았던 전장에서 스스로를 입증하며 왕으로 귀환한다. 

그러나 아라고른은 임금의 일반적인 이미지만 가지지 않는다. 그는 전장 최일선에 서는 전사이기도 하지만, 치유의 집에서 임금님풀(아셀라스)로 파라미르와 에오윈, 메리를 차례로 치유할 때 치유자이며,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 혹은 상담자처럼 보인다. 

그는 준비된 임금이나 때로는 주저하며 아르웬이 있는 깊은골로 은거해버리기를 바라며, 사우론 앞에 팔란티르를 통해 나서는 순간에도 지친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선택이 모두 실패해 좌절하며, 간달프와 비슷하게 비꼬면서 말로 타인을 먹이는 다층적인 면이 보여서 흥미롭다. 


분명 그는 역사에 남을 영웅이자 팔콘타르 왕조의 초대 국왕이면서, 인간의 시대를 여는 자인데도 유쾌한 사람이다. (당장 왕조 이름인 팔콘타르부터 자기 별명인 성큼걸이를 변형한 말임... 유-쾌)

영화에서는 소설과 달리 준비된 왕의 면모만 크게 보여서 그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파라미르 부자와 함께 크게 너프된 인물이라고 생각..

소설에서는 훨씬 다층적인 인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데네소르가 아라고른에게 느끼는 열등감도 더 잘 보인다.



2. 반지의 제왕은 프로도가 출발한 뒤부터 반지원정대가 유지될 때까지는 사건이 일직선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두 개의 탑부터는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 사건을 조명한다. 세 곳은 때로는 아라고른의 종적을 쫓아 네 곳이 되기도 하나, 대체로 호빗이 있는 곳이다. 메리가 있는 로한 진영, 피핀이 있는 곤도르 진영, 그리고 샘과 프로도가 있는 모르도르 진영, 그 세 곳을 관통하는 하나의 소재가 나타나거나 유사한 진영이 다른 편을 통해 재관찰될 때는 퍼즐을 끼워 맞추는 전율이 온다. 


예를 들면 ‘풍향의 변화’가 나타나는 장면이 그러하다. 로한과 곤도르 파트에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고 그 순간 희망이 느껴졌다는 묘사가 나타나는데, 그 순간에 아라고른의 배는 바뀐 바람에 돛을 펼치고 순항하기 시작한다. 전세가 바뀌는 순간! 


또한, 프로도와 샘이 지나쳤던 장소들이 왕의 귀환에서 최후의 전투를 위해 연합군이 나아갈 때 재등장한다. 그때 쓰러져 있었으나 꽃들로 관이 씌워진 석상들은 낙서가 지워진 채로 복원된다. 마치 아라고른이 곤도르를 다시 세우듯이. 


그 외에도 이전의 언급이 훗날의 복선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라고른의 부하이자 동료인 순찰자 중 일인이 브리 지역을 지켜주었는데도 그걸 몰라준다는 대사가 가볍게 지나간다. 그 문장은 브리 지역 주민이 요새는 순찰자들이 없어 세상이 무섭다는 식으로 돌아온다. 

뿐만 아니라 아라고른을 돕기 위해 순찰자들이 브리~호비튼 지역을 떠나자, 사루만이 그 인근을 점령하기가 수월해졌다. 이런 식으로 사건은 착착 맞물리며 읽는 이들에게 전율을 준다. 



3. 톨킨은 본인이 경험한 전쟁을 노골적으로 반영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자기 소설을 은유로 읽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경험은 반지의 제왕 전면에 녹아든다. 


최후의 전투를 앞두고 모르도르 근처에 다다르자, 일부 농부나 젊은이들은 두려워 전진하기를 꺼려한다. 그들은 막연한 전설이 현실이 되어버린 곳에 끌려왔으며, 전쟁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여기에 왜 왔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아라고른은 그들을 억지로 밀쳐내기보다는 다른 전장을 제공한다. 그들은 후퇴하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임무를 띠고 또다른 전장에 가는 것으로 만들어 마음을 편하게 한다. 톨킨이 겪은 전장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기에 이상적인 군주인 아라고른이 위와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해 주었던 게 아닐까. 


프로도 묘사가 누가 봐도 PTSD여서 맘아프다. 특정한 날이 되면 아프고 고통은 가시지 않고. 옛날 이야기 속에서는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프로도는 어디에서도 휴식을 얻지 못한다. 결국에는 반지운반자의 자격으로 발리노르로 가는데... 톨킨세계관에서 발리노르 =/= 죽음이지만 뭐 사실 죽음이나 다름없다. 슬픈 부분. 아마 이런 사람들을 톨킨은 많이 봤겠지... 자기랑 같이 전쟁 나간 사람들 싹 죽고 거의 혼자만 살아서 못 봤으려나 아무튼 

 


4. 호빗을 사랑할 수 밖에. 

영화와 달리, 피핀은 최후의 전쟁에 메리도 없이 홀로 나서게 된다.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피핀은 그저 서리를 하던 중에 프로도 아저씨를 만났고 엉겁결에 여행을 한다. 그러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사실상 죽으러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피핀은 중얼거린다. ‘어쨌든 난 최선을 다할 거야.’ 


이는 샘와이즈 갬지가, 반지를 파괴한대도 프로도와 자신은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도 반복된다. 샘은 생각한다. ‘떠날 때 내가 해야한다고 느꼈던 일이 바로 그거였나? 프로도씨를 끝까지 돕고 그 다음에 함께 죽는 거? 그래. 그게 내 일이라면, 그걸 해야지.’ 


반지에게 유혹 받는 샘은 또 어떤가. 그는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잠시 이어받았고, 반지에게서 유혹받는다. 그 순간의 묘사를 보면, 시대의 영웅인 샘이 모르도르를 가로지르고 바랏두르를 전복시킨다. 그 뒤에 한다는 것이 고르고로스 계곡을 꽃과 수목의 동산으로 만드는 일이다. 절대군주가 되는 것도 아니며, 그저 정원사 일을 남의 손으로 할 뿐이다. 샘은 그 남의 손으로 정원을 만드는 것조차 자기 깜냥이 아님을 알고 정원사로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이러한 묘사는 반지의 제왕 전체에 걸쳐 거듭된다. 호빗은 소박하고 우직하여, 거대한 임무 앞에서도 내가 할 일을 한다. 큰 욕심이 없으며 그저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 지점들이 독자로 하여금 되뇌이게 한다. 그렇지. 이러니 호빗을 사랑할 수밖에. 



5. ‘시커멓게 높게 솟은 바위산 위 구름조각 사이로 흰 별 하나가 잠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중략) 결국 암흑은 언젠가 지나갈 하찮은 것에 불과하고, 그것이 닿지 못하는 곳에 빛과 지고한 아름다움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생각이었다.’ (p.331)


전쟁을 겪었음에도 톨킨은 낙관한다. 지금의 암흑은 언젠가 지나칠 것이며, 빛과 아름다움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모르도르의 자연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이와 유사한 점이 나타난다. 모르도르는 끊임없이 불을 지피며 죽어가는 땅이지만, 그럼에도 식물은 그곳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고 빗물은 사이사이 고여 혀가 말라가는 샘과 프로도의 생명수가 된다. 


왕이 돌아온 뒤 호비튼의 묘사도 그러하다. 나무가 다 잘려나가고 온통 불을 지핀 끝에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섰음에도 모두가 힘을 합쳐 자연을 살려낸다. 그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말로른 나무가 꽃을 피운다. 


이렇듯 암흑은 순간이며, 빛과 아름다움은 유지된다.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그 아름다움은 빛을 발한다. 이는 선과 악의 은유이기도 하나,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와도 상통하지 않나 생각했다. 물론 톨킨은 은유를 꺼려했지만 말이다. 



6. 동정심이 더 큰 선을 불러일으킨다. 뱀혓바닥과 골룸의 사례가 그러하다. 골룸은 빌보에 의해, 프로도와 샘에 의해 각각 동정을 받아 살아남는다. 그 뒤 골룸은 끈질기게 쫓아와 프로도가 반지를 없애길 거부하는 그 순간에 프로도와 몸싸움을 벌이고 의도치 않게 반지를 파괴한다. 이 순간, 발을 헛디디게 한 것이 일루바타르의 의지라고 하나, 그 의지가 작용하기 전까지 골룸이 살아있도록 한 것은 전적으로 빌보와 프로도, 샘의 선의였다. 


유사하게 뱀혓바닥도 진작에 죽을 수 있었으나 호빗들에게 한번, 엔트들에게 한번, 아라고른 및 간달프 일행에게 한번 동정을 받고 살아간다. 그 결과, 사루만이라는 난적을 해치울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구도의 반복이 소설을 흥미롭게 한다. 



8. 소설 극후반부에 레골라스는 바다를 보고 갈매기의 울음을 들은 뒤 바다를 사랑하게 된다. 이건 그의 혈통과 관련있다. 숲요정이기 이전에 그는 대대손손 텔레리였고 텔레리는 활을 잘 쓰는 바다요정이니까! 잠들어있던 바다요정의 본성이 갈매기 소리에 깨어난 것 아닐까? 


그런데 김리가 바다로 간 게 더 귀엽다. 우정 하나 (그리고 갈라드리엘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까지?)로 위험을 감수하고 대해 너머로 항해한 김리 귀여워. 

말만 들으면 그냥 항해한 것 같은데 사실 이쪽도 미친짓이다

누메노르 (그 아틀란티스..같은 것) 인간들이 신에게 역적짓한 이후로 신이 지구를 이케저케 접어서 구형으로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발리노르는 지구 밖의 어나더 월드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특정 운전수가 운전하는 배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그런 곳이 됐다

근데 김리랑 레골라스는 항해를 해서 거기로 가겠대! 근데 성공했어!

미친 바다요정과 난쟁이가 따로 없다 아마 그들의 미친 모습에 신도 감복해서 열어주지 않았을까? 


아무튼 약속 지킨다고 팡고른숲 대탐험하는 김리도 졸귀고 헬름협곡 내의 동굴 대탐험하게 된 레골라스 상상하면 웃긴다 

서로 전혀 노관심 분야 같이 가주기... 찐친 그자체....

그 둘이 바다로 간 게 결국 아라고른 죽고 난 뒤인 건 슬프다

죽을 때까지 같이 머물러 준 거겠지 장수햄스터가 죽기까지 기다려준 장생종 둘.... 


그리고 반지원정대 우정 forever임...

메리피핀도 나중에 은퇴하고 노년기를 로한 및 곤도르 방문하면서 보낸다

그뒤에 묻힌 곳이 무려 라스디넨인데 곤도르 위인들 묘지 ㅠㅠ

게다가 피핀 아들 이름 파라미르 

메리 아들 이름은 안 나왔지만 분명 세오덴이나 로한 관련 이름 같아서 슬프다 우정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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