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선의 모습을 조금씩 담고 있는 후대 자손들이 각자 나름대로 살아가는 걸 보는건 재밌었음.. 캐릭터들이 다들 개성도 강하고 직업도 다 독특해서 그거 읽는 재미도 있었고 제사 준비 과정도 재밌었고..
근데 뭔가.. 실제 인물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그냥 만들어진 소설 속 캐릭터같음. 대화 할때도 뭔가 실생활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 할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종종 있었어.. 인물 자체가 서로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캐릭터들이 읊게 하는 느낌? 그런 부분이 약간 인위적이라고 느껴짐.
그리고 남자 캐릭터들 좀 아쉬움 명준이랑 규림이랑.. 영화든 소설이든 워낙 그렇게 취급되는 여자캐릭터들이 많으니까 일부러 그렇게 쓴건가 싶을 정도로 밍숭맹숭함. 특히 규림이는 방관자도 잘못이다! 라는 메세지를 주기 위해서만 등장한 느낌임. 꼭 그래야 한단건 아니지만 시선이라는 위대하고 강력한 가모장 아래에서 자라난 건강한 남성성의 모습을 봐도 신선하고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듦.. 다 그렇게 못 미덥고 수동적인 모습일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너어어무 많은 주제들을 한권에 다 몰아 넣으려도 한 거 같아. 예술계 내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2차가해, 염산테러같이 약자만을 향한 분노, 모성에 대한 이야기,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출산에 대한 문제, 한국 전쟁 중 자국민 학살, 민주화운동 등등 더 많은데 이걸 다 넣으려고 하다보니 약간 집중도가 떨어지고 기계적이게 된 거 같음.. 시선이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들도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나쁘단 건 아님!! 흡입력도 좋고 술술 읽히고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대체적으로 좋음 재미있었음!
근데 후기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잀을수록 캐릭터들한테 정 들고 살아 숨쉬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 나랑 감상이 달라서 진짜 신기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