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14권의 책을 읽었고 (장르소설이나 만화는 제외… 그것까지 치면 너무 많아서…) 그 중에서 75권이 소설, 11권이 시집, 나머지 28권이 모두 에세이/인문서였음! 희곡을 올해는 한 편도 읽지 않았었네 😅 나름 두루두루 읽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소설이 확실히 많네 🥲
이 중에서 아래와 같이 베스트를 골라보았어!
몇 가지 제외하고는 모두 2023년에 출간된 책들을 기준으로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소설]
미즈무라 미나에 <어머니의 유산>
"오늘, 엄마가 죽었다." 카뮈의 유명한 도입부처럼 엄마가 죽고 예상외의 큰 유산이 쉰을 훌쩍 넘긴 자매에게 남는다. 엄마에 대한 소설이지만 저릿할 정도로 엄마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문장들을 읽으며 느껴지는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없다는게 참 애석하다. 엄마의 욕망이 자녀에게 투영되는 순간들 속에서 피어나는 부담들, 그로인한 분노와 증오, 그 지긋지긋함이 엄마를 사랑만 할 수 없게 만들고. 그 사실이 죄스럽고 때론 후회하게 되는 순간, 그 순간마저 내가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없는건 엄마 때문이기에, 계속, 또 다시 엄마를 탓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지점들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밀하고 적나라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이 책 읽으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곤 하는데, 난 울진 않았고, 대신 밑줄을 계속 쳤다. “딸은 자신의 어머니를 원망하며 사는 존재일까“ 같은 문장들을.
2023년에 읽은 여성 서사 중에 가장 눈부신 서사.
[올해의 시집]
임유영 <오믈렛>
2023년에 나온 시집들 중에 내가 읽은 것들이 다 유독 좋았던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시집! 시 몇 개는 진짜 잘 쓴 일기를 읽는 것 같으면서도 한끗차이로 계속 곱씹게 읽게되는 맛이 있다.
[올해의 단편선]
권여선 <각각의 계절>
실린 단편들 두 개 빼고는 모두 너무 좋았다. <사슴벌레식 문답>도 좋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뒤에 단편들이 정말 좋았다. <무구>부터 <기억의 왈츠>를 연이어 읽어내릴때의 그 서늘함.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 실린 <답신>을 정말 충격적으로 읽었어서 둘 중에 무엇을 올해의 단편선으로 고를지 고민하다가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권여선!
[올해의 에세이]
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원래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로 늘 배수아를 꼽는 편인데, 배수아의 가장 좋은 작품으로 이 에세이를 고를 것 같다. 배수아만의 색과 감성이 정말 눅진하게 모든 문장에 들러붙어 있으면서도, 에세이이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난해하지도 않고 잘 읽힌다!!!!
[올해의 인문서적]
(이 부분만 공동 ㅠㅠ 도무지 하나만 고를 수 없었음)
1. 이레네 바예호 <갈대 속의 영원>
‘책’에 대한 ‘책’ 중에 가장 아름다운 책이지 않을까. 이야기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자 책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책. 100년 뒤에도 읽힐 고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 이얼 프레스 <더티 워크>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비윤리적이거나 불결하다는 이유로 기피되는 노동, ‘더티 워크’에 대한 르포.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교도관, 암살 드론 조종사, 정육공장에서 일하는 도축자와 오일 시추사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더티워크의 목록은 기술된 직업 외에도 더 있고, 늘어나고 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날카롭게 기술하고, 질문을 던진다. 교도소의 환경이 좋아져야하는게 범죄자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교도관을 위해서라는 내용이라던지… 특히 요즘 같이 쉽게 누구를 비난하는 일이 많아지는 시대일수록,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음. 도덕적으로 누군가의 우위에 있다는(혹은 그럴 수 있다는) 착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그 자체가 특권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느낌. 누구를 쉽게 비난할 수 았다는 것 자체가 특권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특권은 어디서 기인하는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또한 특권이라는 것.
[올해의 장르소설]
사토 기와무 <테스카틀리포카>
이렇게까지 사건의 스케일을 키워서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수록 사건이 커진다… 다루는 소재와 이야기 자체가 워낙 수위가 높고 극단적이라 중도포기자가 많을 것 같지만 올해 읽은 장르소설 중에 제일 기상천외하고 제일 재밌었음.
하지만 수위가 수위니만큼 주변에 이 책을 추천하진 못하겠더라고… 난 잔인한 것도 괜찮다! 하는 장르 소설팬이 있다면… 한 번 츄라이츄라이…
[올해의 졸라뭔소리세요???]
르네 샤르 <격정과 신비>
시집은 늘 어렵다. 굳이 내가 읽는 문장들을 다 이해하려 애를 쓰지 않는 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집은 늘 어렵다. 근데 외국 시집은 더 그런듯… 1년에 한 권 읽을까말까인 외국 시집인데, 진짜 너무 난해했다… 해설을 읽으면 좀 나을까 했는데 똑같음…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빼어나게 아름다운 시를 읽었다. 제목은 <단심>. 이 시집의 마지막에 실린 시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 “도시의 거리에 내 사랑이 있다. 분기(分岐)된 시간 속에서 내 사랑이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내 사랑은 더 이상 내 사랑이 아니고, 모두가 내 사랑에 말을 걸 수 있다. 내 사랑은 이제 기억하지도 못한다. 정확히 누가 자기를 사랑했는지.“
이 시는 수미상관 구조(늘 시문학 풀때 나오는~)로 마무리 된다 : “도시의 거리에 내 사랑이 있다. 분기分岐된 시간 속에서 내 사랑이 어디로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내 사랑은 더 이상 내 사랑이 아니고, 모두가 내 사랑에게 말을 걸 수 있다. 내 사랑은 이제 기억하지도 못한다. 정확히 누가 자기를 사랑했고, 자기가 넘어지지 않도록 누가 멀리서 불빛을 비춰 주는지.”
이 시 너무 슬프다… 거의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
이제 여기서부터는 출간일과 상관없이 ‘올해 읽은 책들’ 기준에서 고른 것들이야!
[올해의 아직도 못 읽었습니다…]
찬쉐 <마지막 연인>
291일째 읽는 중… 3월에 시작했는데 아직도 100페이지 남음…
<황니가>는 짧기라도 했지 이건 진짜 미치겠음… 중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또 나온다면 그건 무조건 찬쉐일거라는 말 때문에 도전하고 있는데… 나도 찬쉐를 온전히 좋아해보고 싶다…
[올해의 벽돌책]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총 768페이지.
800 페이지도 안 넘는 책이라 민망하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 제일 두꺼웠다. (단일권 기준) 두꺼운거 알고 시작하긴 했는데 읽을때는 너무 술술 읽혀서 제일 두꺼운 책일 줄은 몰랐다. (루스 오제키의 <우주를 듣는 소년>일줄 알았음)
[올해의 인생책들]
벵하민 라바투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때>
모하메드 움부가르 사르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둘 다 작년에 출간된 책이라 2023년 베스트에는 들지 못했지만 인생 베스트 목록에는 당연히 들어갈 책들.
[올해의 인생작가]
시그리드 누네즈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의 책도 인생 베스트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두 권 모두 인생 베스트에 넣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국내에 나온 책이 아직 4권뿐이라 나머지 2권을 내년을 위해 아껴두느라 올해 다 읽지 않았을 뿐…
덬들은 올해 어떤 책들이 가장 좋았니?!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매체나 다른 사람들이 올려주는 ‘올해의 책’ 리스트 보면 못 읽은 책이 너무 많아서 참 슬프지만… 그래도 아직 못 읽은 좋은 책이 많다는건 분명 좋은 일이고, 다른 리스트들 보면서 내년에 읽을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잔뜩 골라둔 상태야 ㅎㅎ
내 취향이 듬뿍 반영된 이 리스트가 누군가의 선택에 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년에는 1000페이지가 넘는 찐 벽돌책에 도전해보려고 함! 그리고 고전을 정말 잘 안 읽는 편이라 고전들도 읽어보려고 해! 토지까진 힘들더라도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대서사시에도 도전해보는게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