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부터 읽기 시작해서 구물적대다가
출퇴근시간 읽기 시작하면서 오늘로 완독
대단히 유명한 책이고
유명한 걸로 또 유명한 책이라
약간 반골기질같은 것도 있었고
문명의 이유를 지리적인 원인에서 찾는 시도가
학부생 졸업논문보다도 질리고 흥미롭지 않아서
이 책을 읽을 날이 있긴 할까 하고
항상 표지만 보고 지나가던 책인데
생각보다 유익하고 재밌었음
앞서 말했듯 내가 이런류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조금 경솔하게 설명하자면) 헤르더부터 최근의 출판서까지
백인주의적 시각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서설에서 시작해서
결론까지 읽을 때 되서는 크게 다르지 않구만으로 끝나서인데
이 책은 안 그러려고 노력할게! 라는 서론으로 시작해서
진짜 본문 내내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어쩌다 그럴 때마다 그런 이유를 설명해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함!
책의 요는 말마따나 대륙의 지리적 이점이
총, 균, 쇠로 나뉘어지는 문명 발전의 키를
어떻게 유라시아에 가져다주었는지에 대한 설명임
이 책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유행하는 MBTI를 비유하자면 N인 이과생이
어떤 흔한 질문 하나로부터 출발해서
스스로 자문자답하면서 그 볼륨을
누리호 발사까지 키워낸 책 같았어
예를 들자면 균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정주형 군락이 만들어진 맥락을 설명하기 위해
가축이 길들여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한다 치면
세계에서 키우는 17가지 가축류는 여기서부터 나옴
→ 왜 여기서는 주변에 안퍼졌냐면 A 때문임
→ 왜 가로로는 퍼졌는데 세로로는 안퍼졌냐면 B 때문임
→ 왜 이 지역은 가로로도 안퍼졌냐면 C 때문임
→ 근데 왜 17가지 가축에 코끼리는 없냐면 D 때문임
→ 근데 왜 17가지 가축에 일본불곰은 없냐면 E 때문임
→ 근데 왜 17가지 가축에 소형가축은 없냐면 F 때문임
→ 고양이는 귀여운데 왜 안 넣었냐면 G 때문임
→ 육식동물 포함 안된 건 고기가 맛없어서는 아니고 H 때문임
→ 말은 되는데 당나귀는 왜 안되냐면 I 때문임
∞
이게 끝이 아님
기억상 뭔 엑셀 행 늘어나듯이 AAA까지는 설명하는듯
이러면서 겨우 가축얘기 끝나면
그래서 균이 어떻게 퍼졌는지도 설명함..
다시 위의 과정을 반복
→ 17종의 가축 중 이 동물은 이런 균들을 퍼뜨림
→ 균류의 감염방식은 A부터 F까지가 있는데 소는 ~
(…)
→ 알파카는 귀여운데 왜 안퍼졌냐면 Z 때문임..
총, 균, 쇠 어떤 주제든 내가 관심있거나
사전지식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흥미있게 보다가
특정 지역(남미나 서아시아같이)
내 사전지식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약간 정신이 혼미해질 때가 있는데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와 진짜 이 사람 약간 광기다
이 정도로 치밀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해서
보는 입장에서도 이정도면 킹정 하고 보게 되는 책이었음
이상하게 왜 다 끝났는데 기억에 제일 남는 건
양 수간하다가 감염병 걸리고 아내한테 뺨맞은 인간일까(뒤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