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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결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챌린지] 44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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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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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편 오심 10. 변호사의 변론. 양날의 칼 ~ 12. 게다가 살인도 없었다

이제부터 변호사 페츄코비치의 변론이 시작돼.
챕터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페츄코비치는 돈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강도질도 없었다, 심지어 살인도 없었다는 대담한 변론을 펼치지.

내일이랑 모레만 지나면 챌린지도 끝이네! 이 긴 여정이 끝나간다니 뭔가 감회가 새로워ㅋㅋㅋㅋㅋ
그래서 말인데, 토요일쯤에 가볍게 책거리 같은 걸 해 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거창한 건 아니고ㅋㅋㅋ 저녁 먹고 10시쯤에 모여서 자유롭게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어느 정도 수요 있으면 토요일에 글 올릴게!







“그러니까 바로 사람을, 늙은 하인을 죽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기 때문에 신경질이 나서 저주를 퍼부으며 살인 흉기인 공이를 내던진 것입니다. … 만약 사람을 죽여 놓고서 고통과 동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건 물론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는 소리입니다.” (460)

페츄코비치는 우선적으로, 드미트리가 그 방탕하고 난폭한 행동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의 ‘도덕 감정’을 자극했다는 점을 인정해.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드미트리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되었어. 또한 심리학을 ‘양날의 칼’에 비유하며 드미트리가 쓰러진 그리고리에게 다가간 것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증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던 이폴리트의 논지를 언급해.

물론 변호사인 만큼, 드미트리의 이 행동에 대한 페츄코비치의 논지는 이폴리트의 것과는 다르지. 페츄코비치는 이 행동이 드미트리가 그리고리에게 연민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어. 만약 실제로 드미트리가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리고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돈 봉투를 미처 챙기지 못할 정도였다면, 드미트리에게는 그리고리의 상태를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을 거야. 게다가 드미트리는 무려 오 분이나 들여 손수건으로 그리고리의 피를 닦으려 했어. 일 초라도 빨리 사건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 살인자의 행동이라고 하기엔 부자연스럽지. 그리고리를 자기 살인의 증인으로 간주했다면 차라리 확실하게 죽이는 게 나았을 테고. 그렇다면 드미트리가 그리고리를 살핀 것은 연민 때문이야. 그리고 연민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선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살인자가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고 페츄코비치는 말해.



“배심원 여러분, 제가 지금 일부러 심리 분석에 의지한 것은 그런 식으로 하면 아무 결론이나 되는대로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문제는 그 심리 분석이 누구의 수중에 들어가 있느냐, 하는 것이죠.” (460)

페츄코비치는 드미트리 개인의 감정을 배심원들에게 풀어 설명하며 드미트리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이러한 심리 분석이 누구의 관점에서 이루어지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보여 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검사의 논지를 흔들어버리지.

페츄코비치의 변론을 통해 감정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지만 말 그대로 ‘양날의 칼’과 같다는 점을,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어. 이는 이폴리트가 감정을 진리의 대립쌍으로 놓은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지.



“하지만 카라마조프는 넓다고 외쳤으며 또 카라마조프는 두 개의 극단적인 심연을 관조할 수 있노라고 외친 건 다름 아닌 검사였습니다. … 그 다른 측면이란 ― 바로 사랑, 그 당시 화약처럼 불타오른 새로운 사랑인 것이며 이 사랑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468-469)

이전 회차에서 말했듯이, 페츄코비치는 이폴리트의 ‘두 개의 심연’을 언급하며 이폴리트의 말을 반박하고 있어. 즉, 이폴리트가 ‘그럴 리 없다’라고 단정지은 일들은 사실 ‘그럴 수도 있다’라고 해야 맞다는 거야. 여기에서 카라마조프적인 특질은 크게 방탕과 사랑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드미트리 역시 이 두 가지 특질을 잘 보여 주고 있지.



“저도 동의하지만, 여러 사실들의 총합과 그 일치가 참으로 휘황찬란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사실들, 그것들의 총합에 압도되지 말고 하나씩 따로따로 살펴보십시오. … 왜 우리는 꼭 자기가 상상하는 대로, 자기가 상상하고 싶은 대로만 모든 걸 가정하는 겁니까? 실제 현실 속에는 가장 섬세한 소설가가 관찰을 하더라도 놓칠 수 있는 것들이 1000개는 족히 될 겁니다.” (474-475)
“하지만 검사님께 다시금 묻겠는데, 검사님께서 영 다른 인물을 창조한 것은 아닐까요?” (476)

법정의 수많은 증거들이 드미트리의 유죄를 가리키고 있었지. 드미트리가 유죄일 수밖에 없는 정황이 속속들이 발견되었으니까. 하지만 페츄코비치는 ‘이 모든 것이 드미트리가 유죄라고 말한다’라는 총합보다는, 개별적인 증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해. 미리부터 결론을 세워 놓고 추측해 나갈 경우 시야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지. 페츄코비치가 여기에서 비판하는 이폴리트를 두고 본다면, 이폴리트는 검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드미트리가 유죄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려 하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이폴리트에게는 이 증거들이 모두 드미트리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사용되고, 드미트리는 유죄를 받을 만한 인간상으로 창조되고, 빈 부분은 자신의 상상―물론 드미트리의 유죄에 힘을 실어 주는―으로 채워 넣은 거야.



“검사 측이 피고를 고발하기 위해 제시한, 산더미처럼 누적된 이 모든 사실들 중에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확실한 사실은 단 하나도 없건만 그럼에도 이 불운한 피고는 오로지 이 사실들의 총합에 눌려서 파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총합은 실로 끔찍합니다.” (485)

재판을 시작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사실과 그 이면에 담긴 진실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사실이 다르게 해석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을 거야. 페츄코비치의 말을 비슷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어. 페츄코비치는 이 증거 중 정확한 ‘사실’은 없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이미 드미트리를 유죄로 간주하고 있고, 사실들의 ‘총합’의 결론을 드미트리의 유죄로 정해 두었기 때문에 드미트리는 결국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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