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말 보다는 '광주 민중 항쟁'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는 견해가 많고, 나 역시 그 점에 동의 하므로 책 제목이 아닌 이상 '광주 항쟁', '광주 민중 항쟁'이라고 칭하도록 하겠음.)
또 5.18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망발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는데 이젠 참... 참담하기까지 함.(...)
결국 이 재앙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찾아서 공부하고 우리가 찾아서 진실을 알고 꾸준히 그 진실을 설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 아닌가 하여 광주항쟁 관련 도서 몇권을 소개 하려고 들고 왔읍니다.
1. 김영택, 『5월 18일, 광주 : 광주민중항쟁, 그 원인과 전개 과정』, 역사공간, 2010.
故 김영택 선생님(1936~2014)은 원래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정년퇴직한 뒤에 5.18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셨고, 역사학계 최초로 5.18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음. 아마 5.18을 정면에서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은 지금까지도 유일할 것임.(물론 학술논문으로는 역사학 뿐만 아니라 종래에 광주항쟁 연구를 가장 많이 해왔던 정치학이나 법학, 문학의 연구 논문들도 많고 학위논문의 경우에도 석사논문 주제로 다룬 경우는 많음.) 이 책은 당신이 발표했던 5.18 관련 연구를 총정리한 성격의 책으로 볼륨이 크긴 하지만 가장 체계적이고 가장 학술적인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대개 유언비어를 상대하는 팩트 체크도 이 책 수준에서 끝나는 편임.(이 책 수준을 넘어가면 증언자료를 봐야 한다.) 그래서 광주 항쟁에 대해 왜곡하는 세력도 이 책을 짜깁기해서 근거로 삼기까지 할 지경.(물론 책을 읽어보면 이놈들이 짜깁기 한 걸 당연히 알게 된다.)
광주항쟁과 관련된 대중서가 적은 편은 아니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나 5.18 기념 재단에서 나온 책들은 그 중에서도 양서에 속하는 편이지만 좀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것을 알고 싶다-고 하면 이 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드림.
덧) 이 외에 2010년에 나온 『한국민주화운동사』(전3책, 돌베개, 2010)의 제3권도 추천 드림.(사실 이건 3책을 다 보시는걸 추천.) 김영택 선생님도 5.18 파트를 맡아 집필하셨는데 컴팩트하게 잘 정리가 돼 있어서 위의 책이 너무 부담스럽다- 싶으면 이 책의 5.18 파트를 집중해서 읽고 저 책으로 넘어가는 걸 추천드림.
2. 5.18 기념재단 기획, 『너와 나의 5.18 : 다시 읽는 5.18 교과서』, 오월의봄, 2019.
5.18 기념재단이 2016년부터 기획한 일반인~대학생 수준의 교양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분들은 김정인(역사학), 김정한(정치학), 은우근(정치학/언론학), 정문영(역사학), 한순미(국문학) 등 다섯 분인데 모두 현대 민중 운동에 대해 오래 연구해 오신 분들이고 은우근 선생님 같은 분은 아예 80년대 민중항쟁에 직접 참여하신 분이기도 해서 경험의 폭이 남다른데가 있지. 아예 이 책은 한국 극우 세력의 5.18 왜곡에 대한 대응을 위한 성격도 있고, 애시당초 기획 자체가 일반인-일반대학 교양 수준으로 기획된 것이니 만큼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을 거야.
3. 천유철, 『오월의 문화정치 : 1980년 광주민중항쟁 '현장'의 문화투쟁』, 오월의 봄, 2016.
천유철 선생님이랑은 우연하게 안면을 튼 적이 있는데 (물론 꽤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내가 존재감이 없어서 기억은 못하실 것.)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주제가 꽤 흥미로웠음.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광주 항쟁의 현장에서 유포되었던(?) 표어, 그 속에 민중들이, 또 항쟁 현장에서 공유되었던 인식을 추적한 것인데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참 궁금할 지경이었음. 전에 봤을 때 한번 직접 물어 볼 것을- 하고 생각하지만 뭐 이미 때는 늦는 것이고(...) 여튼 개인적으로 5.18에 대한 국문학계의 관심도는 꽤 높았었는데 이 책은 그것과는 또 궤가 다른 느낌이라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봐.
4. 한홍구, 『민주주의 역사 공부 (2) 5.18 민주화 운동』, 창비, 2020.
한때 대중 역사서에서 '한국근현대사' 하면 '한홍구'이던 시절이 있었지.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사』도 좋아했어서 이 책도 1책이랑 같이 사서 쭉 봤는데 역시 대중 친화적인 설명으로는 한홍구 선생님 따라갈 사람이 없겠다 싶더라고. 아마 오늘 내가 선택한 책 중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쉽지 싶어. 난이도가 쉬우면서 내용의 정확성 역시 쳐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천.
5. 이정우,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기획, 『광주, 여성 : 그녀들의 가슴에 묻어 둔 5.18 이야기』, 후마니타스, 2012.
이 책은 광주 항쟁을 둘러싼 광주 지역 여성들의 증언을 엮은 책인데 광주 항쟁 현장에 있었던 다양한 계층의, 또 다양한 역할의 여성들이 광주 항쟁을 전후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갔는지, 그 인생에서 광주 항쟁의 기억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술한 거야. 현장 기록이 여러가지 있고 증언 자료 역시 방대하지만 그 중에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구술집이라고 볼 수 있겠음. 개인적으로 증언이 남아 있는 사건은 증언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하는데 딱 제격이라고 할 수 있지.
자, 대략 이러합니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고, 연구 논문들도 많은데 그건 연구자의 영역이고, 이 책들을 읽은 뒤에 봐도 늦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생략할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