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편 오심 6. 검사의 논고. 성격 묘사 ~ 7. 사건의 개요
이번 분량과 다음 분량은 드미트리의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의 논고야.
검사, 이폴리트 키릴로비치는 먼저 카라마조프 가 인물들의 성격과 내력을 언급한 다음, ‘드미트리가 유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의 정황을 설명해.
중간중간 검사의 논고에 대해 청중이 보이는 반응이나 서술자의 코멘트도 꽤 재밌어ㅋㅋㅋㅋ
“제 생각으로 이 가족의 그림 속엔 우리의 현대 인텔리 사회의 다소간 공통된 근본적인 요소들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는 호색적인 쾌락 말고는 삶에서 어떤 것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버지로서의 무슨 정신적인 의무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 하지만 됐습니다, 이 불운한 노인에 대해선 이만하면 됐습니다. 그는 보복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이자가 아버지, 그것도 우리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들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392-393)
검사는 카라마조프 가의 부친 살해 사건이, 사회에 만연한 사고의 결과인 동시에 사회의 미래를 예견하게 하는 상징이라고 말해. 추한 아버지(표도르)와 타락한 가족(카라마조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검사에게 있어 표도르는 당대 아버지의 전형적인 인물이야. 드미트리의 유죄를 주장하는 검사라고 해서, 표도르가 드미트리에게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드미트리에게 분노를 쌓아 주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아. 다만 표도르가 살해당함으로써 자신의 무책임함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는 거지.
표도르에 대해 언급하기는 해도, 검사의 논고의 중심은 ‘아버지의 타락’이 아닌 ‘아들의 타락’이야. 아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이 패륜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러시아의 기반이 되는 신성한 가족 제도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패륜적 살인자(드미트리)를 처벌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검사의 주장이야.
“첫 번째 경우 그는 진정으로 고결했던 반면 두 번째 경우엔 그 못지않게 진정으로 저열했다고 하는 편이 가장 타당할 겁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건 바로 우리가 드넓은 천성을, 카라마조프적인 천성을 타고 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결론인 바 ― 우리는 가능할 수 있는 모든 대립쌍들을 뒤섞을 수 있고 또 한꺼번에 두 개의 심연을, 우리들 위의 심연, 즉 드넓은 이상들의 심연과 우리 아래의 심연, 즉 가장 저열하고 악취 나는 타락의 심연을 관조할 수 있는 것입니다. (400-401)
‘첫 번째 경우’는 드미트리가 카체리나에게 4000루블을 내어 준 일을, ‘두 번째 경우’는 드미트리가 카체리나의 3000루블을 착복한 일을 가리켜. 전자는 고결한 행동인 반면 후자는 저열한 행동이지. 검사는 이것을 이율배반성으로 설명해. 우리들 위의 심연(이상의 심연)과 아래의 심연(타락의 심연)을 함께 관조할 수 있다는 건데, 한편으로 검사가 정의하는 ‘카라마조프 적인 것’은 욕망과 방탕, 단순함, 성급함 정도로 정리할 수 있어.
“바로 이런 사람이 갑자기 내부에서 그토록 금욕적인 결의를 느낀 나머지 1000루블이 넘는 돈엔 감히 손도 대지 않고 자기 목에 매달고 다녔다니요! 이것이 우리가 분석하고 있는 성격에 조금이라도 부합합니까? 아니올시다.” (403)
그러나 검사는 드미트리가 ‘금욕적인 결의’를 느끼고 카체리나의 3000루블에서 절반을 떼어 목에 매달고 다녔다는 사실을 부정해. 그러니까 검사는 드미트리가 돈을 주머니에 넣고 꿰매어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한 것을, 자신이 모크로예에서 쓴 돈은 아버지를 죽이고 얻은 돈이 아닌 목에 걸고 다녔던 돈이라고 주장한 것을 믿지 않는 거야.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개의 심연’에 대한 언급이 결여되어 있지. 후에 변호사의 변론에서도 보게 되겠지만, 변호사는 ‘드미트리의 주장은 우리가 분석하고 있는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검사의 주장을 ‘당신 입으로 카라마조프는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가졌다면서?’라는 말로 반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