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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결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챌린지] 38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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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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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편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7. 두 번째 스메르쟈코프 방문 ~ 8. 스메르쟈코프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만남

드디어 진범이 밝혀졌어. 누구인지 이미 추리한 덬도 있었을까?
이번 편이랑 다음 편은 분량이 좀 길지ㅠㅠ 그래도 이제 10회차도 안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힘내보자!







“이놈, 네놈이 아버지를 죽였구나!” 그가 갑자기 소리쳤다.
스메르쟈코프는 경멸스럽다는 듯 히죽 웃었다.
“내가 안 죽였다는 건 도련님이 더 잘 알고 있으면서. 게다가 영리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은 다시는 입에 담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221)

두 번째 만남에서, 스메르쟈코프는 상당히 멀쩡하고 건강해 보여. 이 ‘멀쩡함’은, 그가 살인을 저질렀음을 고려했을 떄, 역설적으로 스메르쟈코프의 정신적 비루함과 윤리적 파렴치함을 보여주지. 

방문객인 이반과 달리, 스메르쟈코프는 느긋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이 대조로 인해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참다못한 이반이 주먹을 휘두르자 벽 쪽으로 나가떨어진 스메르쟈코프는 손수건을 들고 훌쩍이는데, 이반의 분노와 폭력은 ‘진짜’이지만 스메르쟈코프의 눈물과 상처는 ‘가짜’야. 이건 스메르쟈코프가 판을 짠 연극이나 다름없고, 그렇기 때문에 칼자루는 여전히 스메르쟈코프에게 있어. (그리고 기실 스메르쟈코프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전체를 통틀어서도 격렬한 감정을 표현한 적이 없기도 해.)

스메르쟈코프가 주요 인물의 반열에 올라서는 건 사실상 이 후반부라고도 할 수 있지. 스메르쟈코프는 결코 멍청하고 비겁한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기민하고 약삭빠르며, 윤리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야 맞겠지. 스메르쟈코프는 끊임없이 이반에게 ‘우리는 영리한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제5편 7장, ‘영리한 사람과는 얘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롭다’에서 스메르쟈코프가 이반에게 살인의 암시를 주었고 이반이 이를 알아차렸지만 집을 떠남으로써 살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걸 떠올리면 흥미로운 부분이야.



“그래 내가 무엇 때문에 그런 걸 원한다는 거냐, 어떤 연유로 내가 그런 걸 원했다는 거냐고?”
“어떤 연유라뇨? 유산이 있잖습니까요?” 스메르쟈코프는 독살스럽게, 왠지 복수심마저 느껴지는 어조로 말을 받았다. (222)

여기에서 스메르쟈코프의 치밀한 계산이 나와.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를 제외하고, 삼형제가 받을 수 있는 유산은 최소 4만 루블. 그런데 만약 표도르가 그루셴카와 결혼하면, 그루셴카는 모든 재산을 자기 명의로 바꾸어 놓을 테니 삼형제는 한 푼도 받지 못해. 그런데 표도르와 그루셴카가 결혼하기 전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죽이면, 살인자인 드미트리를 제외하고 이반과 알료샤 두 사람이 유산을 나눠 갖게 될 테니 한 사람당 6만 루블을 받을 수 있어. 기존의 4만 루블보다 2만 루블이 늘어나고, 이반이 이 점을 노리고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죽이기를 바랐다는 게 스메르쟈코프의 주장이지.

귀족이라면 이토록 천박한 계산을 감히 할 수 없겠지만, 하인인 스메르쟈코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이반은 스메르쟈코프의 추측에 분노하면서도 그와의 대화를 포기하지도, 명확하게 반박하지도 못해. 아마도 스메르쟈코프가 이반의 욕망을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니, 너 프랑스어 단어를 공부하는 거냐?” 이반이 탁자 위에 놓인 공책을 가리키며 턱을 까딱했다.
“나라고 해서 그런 걸 좀 공부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습니까요. 나도 유럽의 저 행복한 곳들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교양도 좀 쌓고 하면 안 되냔 말입니다요.” (226)

첫 번째 만남에서도 스메르쟈코프는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어. 이 앞 페이지에서도 스메르쟈코프는 ‘가장 완벽한 프랑스 공화국’이라고 하며 프랑스를 찬미하는 태도를 보여. 이 공책은 스메르쟈코프의 지적 허영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지.



‘그래, 나는 그때 뭔가를 기다렸어. 이건 사실이다. 나는 바로 살인이 일어나길 바랐던 거다, 그걸 바랐던 거다!’ (227)
“만약 살인을 저지른 것이 드미트리가 아니라 스메르쟈코프라면, 물론 나도 그때 그놈과 공범이야. 내가 그놈을 교사했으니까. 사실, 내가 그놈을 교사했는지 어떤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하지만 드미트리가 아니라 그놈이 죽인 것이 맞다면, 물론 나도 살인자야.” (228)

사실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다’라는 것만으로 죄를 물을 수는 없지.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윤리학은 이것마저도 죄의 범주에 포함시켜. 행동의 차원에서 죄를 저지른 스메르쟈코프(실제로 살인을 행함)와 말의 차원에서 죄를 저지른 드미트리(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떠들고 다님)에 머무르지 않고, 무의식적인 욕망의 차원에서 죄를 저지른 이반(아버지의 죽음을 원함)으로까지 죄의 범주가 확장된 거야.



“도련님이 죽였어요, 도련님이 주범이란 말입니다. 나는 그저 도련님의 앞잡이에, 충실한 하인 리차르드에 불과했다고요. 도련님의 말을 따라 이 일을 수행했을 뿐이죠.”
“수행했다고? 아니 그럼, 네가 죽였다는 거냐?” 이반은 순간 온몸이 싸늘해졌다.
뭔가가 그의 뇌수 속에서 전율하는 듯했고, 자잘하고도 싸늘한 오한이 들어 온몸이 벌벌 떨렸다. 그 순간엔 스메르쟈코프 자신도 놀라워하면서 상대를 바라보았다. …
“아니,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단 말인가요?” (239-240)

‘스메르쟈코프 자신도 놀라워하면서 상대를 바라보았다.’라는 점에 주목하자. 스메르쟈코프는 진심으로, 이반이 자신의 생각을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어. 즉, ‘이반은 표도르의 죽음을 원한다. 그리고 집안에 참극이 일어날 것을 암시받았으면서도 집을 떠났다. 이는 살인을 허용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반의 뜻을 따라 표도르를 죽인다.’라는 일련의 사고를 이반이 이미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데 아니었지. 이반은 이때에야 비로소 스메르쟈코프가 표도르를 죽였음을 진정으로 알아차려.

그는 아무리 해도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으며 여전히 이반이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자기 눈앞에서 버젓이 자기한테만 모든 걸 뒤집어씌우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스메르쟈코프는 여전히, 이반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믿지 못해. 차라리 이반이 자신에게 살인을 전부 뒤집어씌우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 편이라고 하는 것이 그럴듯하지. 그래서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이 더 이상 연기를 하지 못하도록, 수학적 증거를 내밀기로 해. 표도르를 죽이고 가져온 3000루블이야.



이반은 탁자로 걸어가서 그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펼쳐 보는가 싶더니, 어떤 혐오스럽고 무서운 독사라도 건드린 양 갑자기 손가락을 움찔했다. …
“여기 고스란히 다 있습니다, 전부 3000이죠, 세 볼 필요도 없어요. 가져가시죠.” (242)

‘독사’는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비유야. ‘한 마리의 독사가 다른 한 마리의 독사를 잡아먹을 것’도 그렇고, 당장 몇 페이지 전에도 이반은 스메르쟈코프에게 “이 독사 같은 놈아!”(239)라고 말했지. 그리고 이제 스메르쟈코프가 내민, 표도르에게서 훔친 3000루블마저도 ‘독사’에 비유되고 있어.



“그때는 참으로 용감하시더니,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하시더니, 이제 와선 완전히 겁을 집어먹으셨군요!” (243)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의 사상을 거론하며 자신의 범행을 밝혀. 스메르쟈코프가 이반의 사상을 진심으로/제대로 받아들였다고는 할 수 없겠지. (이중적인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반은 아이들의 고통을 슬퍼하며 깊게 고뇌했는데, 스메르쟈코프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거든. 스메르쟈코프는 “그때 도련님은 나한테 이런 얘기를 많이 해 주셨잖아요. 무한한 존재인 신이 없다면, 선행 같은 것도 전혀 없고, 아니 그 경우엔 그런 건 아예 필요도 없다고. 이건 그야말로 도련님한테서 나온 것입죠.”(259)라고 말하는 등 이반의 사상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빼 와서 마음대로 오독했어.

어쨌거나 스메르쟈코프는 이반에게 자신의 범행 경위를 들려주기 시작해. 그리고 여기서 추리 소설, 혹은 범죄 소설로서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도련님은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똑같아요. 모든 자식들 중에서 아버지를 제일, 제일 많이 닮으셨지요. 그분과 동일한 영혼을 지니셨으니까요.”
“네놈은 멍청하지 않아.” 이반이 한 대 얻어맞은 듯 말했다. …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셨던 건 도련님이 오만하셨기 때문입니다. 돈을 가져가시지요.” (260)

스메르쟈코프는 표도르의 네 아들 중, 그를 제일 많이 닮은 자식은 이반이라고 말해. 영리하고, 돈을 좋아하고, 오만하고, 여성의 매력 또한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아무한테도 머리를 숙이지 않고 고요한 만족 속에서 사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동복동생인 알료샤와 달리 이반이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에 대해 수치심과 증오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본능적으로 자신과 아버지가 닮은 사람임을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이반은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노력해왔어. 하지만 자립심과 신중함 등, 이반이 지닌 덕목은 집안의 참극 앞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쪽으로 나타나는데, 이를테면 이반이 표도르와 드미트리의 갈등을 주로 관망하기만 한다는 점에서 그러해.



농부는 심하게 비틀거리다가 갑자기 이반에게 거세게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이반은 난폭하게 그를 밀쳐 냈다. … 상대방은 의식을 잃은 채 꿈쩍도 않고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 ‘얼어 죽겠군!’ 이반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다시금 스메르쟈코프 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235)
이반은 갑자기 그를 붙잡아 등에 업다시피 하여 끌고 가기 시작했다. … 다만 한 가지 얘기해 둘 것은 이 일을 하느라 거의 꼬박 한 시간을 소비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반 표도로비치는 몹시 만족했다. (262)

스메르쟈코프를 세 번째로 만나는 길에, 이반은 어떤 농부를 밀쳐 쓰러뜨린 후 그가 얼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보라 속에 방치하고 떠나.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는 농부를 파출소까지 데려다 주고 의사의 검진까지 받게 해 주지.

이날은 공판 전날이었어. 이반은 자신이 한 시간 동안이나 농부를 보살피는 데 여력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은, 내일을 위한 결단―공판에 출석하여 3000루블을 증거로 내밀고 스메르쟈코프를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러한 자신에게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지.

그러다가 이반은 차라리 지금 당장 검사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떠올리는데, 이 생각을 치워 버리고 내일 모든 걸 처리하자고 답을 내리자마자 기쁨과 만족감은 사라져 버려. 어쩌면 이는 이반 본인이 자기 단죄의 순간을 비겁하게 유예했음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야. 이 결정이 이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내일 분량에서 확인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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