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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결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챌린지] 37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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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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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편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5. 형이 아니야, 형이 아니라고! ~ 6.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

6~8편에 걸쳐 이반과 스메르쟈코프의 만남이 설명될 거야.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과 두 번째 만남은 과거 시점(9월)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꼬일 수 있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렇게 시점 왔다갔다하는 게 처음 일은 아니니(ㅎㅎ) 알료샤 시점에서 이반 시점으로 옮겨왔구나 하고 잘 읽어 보자.







“아, 이건 그 꼬마 악마가 보낸 거로군!” 그는 표독스럽게 웃더니 봉투를 뜯어 보지도 않고 갑자기 갈기갈기 찢어서 허공으로 날려 버렸다. …
알료샤가 괴롭고도 열렬한 어조로 항변을 하기 시작했다. “걔는 아직 어린애야, 형은 어린애를 모욕하고 있는 거야! 걔는 아파, 걔도 몹시 아프단 말이야, 어쩌면 미치고 있는지도 몰라…….” (191-192)

지난 분량에서, 이반과의 만남 이후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진 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 하지만 정작 이반은 자기 행동의 잔인성을 인지하지 못해고,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리자를 대해. 아이들에 대해 잔인한 상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괴로워하며 문틈에 손가락을 찧어 스스로를 벌한 리자나, 일류샤에게 손가락을 깨물리고도 화를 내지 않는 알료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지.

또, 이반은 알료샤에게 전달받은 리자의 편지를 읽지도 않고 찢어 버려. 이에 대해 ‘이 무신론자는 인간의 고상한 동정심, 아량, 사랑 등을 호소하고 있지만, 기실 그의 입에서 이것은 미사여구에 불구하다’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어. 이반의 태도를 본 알료샤는 리자를 가엾게 여겨 달라고 호소하지만, 이마저 무시당해. 이 또한 리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책임감과 괴로움을 느끼는 알료샤와는 대조적이야. 조시마 장로도 이렇게 말한 적 있지.

가령 그대가 어린아이의 곁을 지나갈 때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고 추한 말을 하고 격노한 영혼을 지녔다고 치자. 설사 그대는 아이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 아이는 그대를 보았으며 그대의 꼴사납고 불결한 형상은 무방비 상태인 아이의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대는 이것을 몰랐겠지만, 이로써 이미 아이에게 고약한 시선을 뿌린 것이며 그것이 자라날 것이니, 이 모든 것이 그대가 아이 앞에서 처신을 잘못했기 때문, 조심스럽고 활동적인 사랑을 자기 내부에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2, 88-89)

즉, 어른의 악한 모습은 어린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어른은 아이를 더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이반은 리자를 그렇게 대하지 않고 있어.



“내가 알고 있는 건 오직 하나뿐이야.” 여전히 거의 속삭이듯 알료샤가 말했다. “아버지를 죽인 건 형이 아니야.” (194)
“형은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살인자는 다름 아닌 형 자신이라고 스스로에게 고백해 왔어. 하지만 형이 죽인 게 아니야, 형은 잘못 생각하고 있어, 형은 살인자가 아니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형이 아니란 말이야! 하느님이 형에게 이 말을 하라고 나를 보내신 거야.” (195)

알료샤는 표도르를 살해한 사람이 드미트리가 아닌 스메르쟈코프라고 믿는 동시에, 이반이 표도르의 죽음을 바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형이 아니야”라는 말은 알료샤에 의하면 하느님이이 알료샤의 영혼 속에 이반에게 이 말을 해 주라고 정한 것인데, 챕터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에서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지. 알료샤는 표도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이반을 지켜보다못해 아버지를 죽인 건 형이 아니라고 말한 거야. 그러나 이반의 죄책감은 이미 너무나 커진 상태이기 때문에, 알료샤와 거의 절교를 선언하기까지 해.



그러니까 이반 표도로비치가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후 스메르쟈코프와 얘기를 나누러 가는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였다. (198)

이제 32회차에서 정리했던 타임라인에 몇 개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어.

8월 31일 - 살인
9월 5일 - 이반이 모스크바에서 돌아옴.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
9월 19일 경 (2주 뒤) - 스메르쟈코프와의 두 번째 만남
11월 초 (현재) - 스메르쟈코프와의 세 번째 만남

그러니까 이 챕터에서 설명하고 있는 건 약 두 달 전, 표도르가 죽은 지 닷새째 되는 날이자 이반이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날의 일이야. 모스크바에서 돌아온 첫날, 이반은 알료샤와 드미트리, 예심판사와 의사를 만난 뒤 스메르쟈코프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그는 범인이 스메르쟈코프가 아니라 자기 형 미챠라는 정황에 정말로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으니, 사실 그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 그는 그 당시 분석을 해 보고 싶지도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헤적이는 것에 혐오감마저 느꼈다. 어서 빨리 뭔가를 잊고 싶을 따름이었다. (212)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을 마치고, 이반은 표도르를 죽인 사람이 스메르쟈코프가 아닌 드미트리라는 정황을 확인해. 수많은 증거와 증인들이 드미트리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지. 그러나 사실 이반 또한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일 거라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어. 그러나 스메르쟈코프가 범인인 이유를 되짚어 보기 위해서는, 모스크바로 떠나기 전 스메르쟈코프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헤적여서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증오를 보아야 해. 이반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 때문에 이반은 이 상황을 분석하지 않기로 해.



그러곤 이반 표도로비치에게 “그럼, 그 사람이 지금 무엇에 유달리 정성을 쏟고 있는지 알고 있소?”라고 물었다.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고 있어요. 그 사람 베개 밑에 공책이 있는데 거기에는 프랑스어 단어들이 누군가에 의해 러시아어 철자로 쓰여 있지요.” (213)

이전에도 스메르쟈코프는 러시아를 경멸하고 프랑스를 숭배하는 모습을 보였어. “12년, 현재 프랑스 황제의 아버지 되는 나폴레옹 1세가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왔는데, 그때 그 프랑스인들이 우리를 정복했더라면 좋았을 뻔했어요. 현명한 국가가 극히 멍청한 국가를 정복해서 자기 나라로 합병해 버렸어야 했단 말이죠.” (1, 471) 출생에 대한 혐오가 조국에 대한 혐오로 확장된 거야. 이 프랑스어 노트는 내일 회차에서도 언급될 예정이지.



“기억나, 저녁 식사 후 드미트리가 집 안으로 쳐들어와선 아버지를 흠씬 두들겨 팼을 때 그러고 나서 내가 뜰에서 너한테 ‘기대의 권리’ 정도는 보유하고 있겠다고 말한 거 말이다. 너는 그때 내가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니, 아니니?”
“그렇다고 생각했어.” 알료샤가 조용히 대답했다.
“하긴 정말 그랬어, 이건 짐작을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 하지만 그때 넌 내가 ‘한 마리의 독사가 다른 한 마리의 독사를 잡아먹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니, 다시 말해서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죽여 주길, 그것도 어서 빨리 죽여 주길 바란다는…… 그리고 내가 나서서 기꺼이 거들어 줄 용의마저 있다는?” …
“형 미안해. 그땐 그런 생각까지 했어.” 알료샤가 이렇게 속삭인 뒤, ‘상황을 누그러뜨릴’ 어떤 말도 하나 덧붙이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215-216)

스메르쟈코프와의 첫 번째 만남과 두 번째 만남 사이, 그러니까 9월 초중순 즈음이겠지. 이반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알료샤를 다그쳐. ‘기대의 권리’와 ‘한 마리의 독사가 다른 한 마리의 독사를 잡아먹는 것’은 이반이 그루셴카를 두고 싸우는 표도르와 드미트리를 두고 한 말이었어. 우리 챌린지에서는 9회차에서 설명한 바 있지.

이반의 추궁에, 알료샤는 달리 변명을 덧붙이지도 않고 조용히 인정해. 이반이 표도르의 죽음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드미트리와 표도르가 싸우는 것을 보고 이반은 드미트리가 표도르를 죽여 주기를 바랐음을, 더 나아가 거들 용의마저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이반이 얼마나 고뇌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알료샤는 ‘상황을 누그러뜨릴’ 가식의 말 대신, 담백하면서도 그렇기에 잔인하게까지 느껴지는 직접 화법으로 일관해. 여기서 이반의 절박함과 알료샤의 절박함 모두가 도드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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