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미챠 7. 틀림없는 옛 사랑
드미트리, 그루셴카, 막시모프, 칼가노프, 폴란드인 두 명까지 여섯 명이 복작복작하게 둘러앉아 있어. 드미트리의 어마어마한 감정 기복이 돋보이는 분량이기도 하고.
오늘 분량은 사건이 터질락말락하는 느낌도 있네! 다들 주말 즐겁게 보내~
“러시아어, 러시아어로 말해요, 폴란드 말은 한마디도 하지 말란 말이야!” 그녀가 그에게 소리쳤다. “전에는 러시아어로 말했잖아, 정말 오 년 만에 다 잊어버렸어!” 그녀는 어찌나 화가 났는지 얼굴이 온통 새빨개졌다. (313)
그전부터 폴란드 장교에 대해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이던 그루셴카는, 장교가 폴란드어로 소리지른 것을 계기로 완전히 인내심이 사라져 버려. 그리고 장교가 러시아어를 전부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언젠가 얘기한 적 있었던 것 같은데,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기억은 중요한 테마로 작용해. 이 경우, 폴란드 장교는 그루셴카와 동일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 않아. 그루셴카는 오 년 전 폴란드 장교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지만, 장교는 완전히 잊어버렸지. 그게 폴란드어와 러시아어의 불통으로 드러난 것이고.
그루셴카는 이를 자신의 진실된 사랑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 그루셴카에게 있어 폴란드 장교와의 사랑은 자신이 당시에, 그리고 이후로도 겪을 고통에 일조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사랑이었어. 그러나 장교 역시 자신과의 시간을 기억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장교로부터 더 이상 추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음을 알아차린 그루셴카는 분노해. 그루셴카와의 추억을 이용해서 돈을 갈취하려는 폴란드 장교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지.
오히려 드미트리 쪽이, 다른 남자에 대한 그루셴카의 사랑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이 사람, ‘그녀의 첫 남자’에게는 트로이카를 타고 질주하는 이 마당에도 질투 섞인 증오는커녕 적대감조차 느끼지 않았다 … 이건 그녀와 그의 권리니까. 이건 그녀가 오 년 동안 잊지 못한 그녀의 첫사랑이니까.’ (272) 즉, 드미트리는 그루셴카와 폴란드 장교의 관계에서 완전한 제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루셴카의 ‘기억’을 이해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