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편 미챠 3. 금광 ~ 4. 어둠 속에서
삼소노프와 랴가브이에게 물을 먹었던(...) 드미트리가 이번에는 호흘라코바 부인을 찾아가. 그리고 그 결과는 뭐......
더불어서 이번 분량에서는 ‘어떤 사건’도 생기지. 슬슬 추리소설같은 면모가 보이고 있어.
그루셴카를 보자 미챠는 질투심도 금세 사라졌을 뿐더러 남의 말을 잘 믿고 고상한 사람으로 변했고, 고약한 감정들을 품은 자신을 경멸하기도 했다. … 그 사랑 속에는 그 자신이 가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무엇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그루셴카가 사라지자, 당장에 미챠는 다시금 그녀가 배반이라는 온갖 저열하고 교활한 짓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213-214)
드미트리가 예전에 알료샤에게 말했던 ‘소돔과 마돈나’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야. 드미트리는 인간에게는 소돔의 추악함과 마돈나의 성스러움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었어. 드미트리 또한 그루셴카를 향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는 숭고한 인간인 동시에 그루셴카를 의심하는 저열한 인간이지. 그루셴카를 찾아내기 위해, 또 그루셴카와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3000루블을 구하기 위해 드미트리가 하는 행동들을 보면 거의 광기 상태라고 봐도 좋을 것 같아. 실제로 드미트리 본인도 랴가브이나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했던 행동이나 말에 뒤늦게 자괴감을 느끼고는 했고.
내가 앞으로 이야기할 다소간의 모험이 있기 서너 시간 전만 해도 미챠에게는 돈이라곤 단 1코페이카도 없었던 까닭에 애지중지하는 물건마저 10루블에 저당 잡힌 상태였건만, 세 시간 뒤에 갑자기 그의 수중에는 수천 루블이 있었던 것이다……. (215)
여기서부턴 추리소설의 단서 같은 부분이야ㅋㅋㅋㅋㅋ 랴가브이를 찾아가기 전에도 ‘모종의 사건이 있기 전날, 정오만 해도 미챠에게는 땡전 한 푼 없었으며,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시계를 팔고 주인에게서 3루블을 빌렸으며, 이 모든 일이 증인이 보는 앞에서 이루어졌다.’(198) 라고 했어. 이렇게 해서 만든 9루블은 랴가브이를 찾아가느라 거의 다 써 버렸고, 잔돈 50코페이카도 산지기를 위해 두고 나왔다고 했지.
해서 다시 빈털터리가 된 드미트리는 자신의 권총을 저당잡히고 10루블을 받았어. 호흘라코바 부인에게 3000루블을 빌려달라고 찾아가기 전, 드미트리의 수중에 있었던 돈은 고작 10루블이야. 호흘라코바 부인으로부터 3000루블을 빌리겠다는 계획은 실패했고. 그런데 세 시간 뒤에 갑자기 드미트리가 수천 루블을 들고 있었다는 거지. 이 ‘수천 루블’의 출처를 둘러싼 논쟁이 중요하게 다뤄질 거야.
하지만 때마침 갑자기, 어제 저녁부터 정원으로 통하는 쪽문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고 열어 뒀다는 것이 기억났다. 이자는 아주 꼼꼼하고 정확한 사람, 한번 굳어진 질서와 수많은 세월 동안의 습관을 준수하는 사람이었다. … 아니나 다를까, 쪽문은 완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 (239)
그리고리는 ‘한번 굳어진 질서’를 준수하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드미트리를 가리켜 ‘저 불한당 같은 놈 ― 제 아비를 죽일 놈’(240)이라고 했지. 그리고리에게 있어 드미트리는 이미 ‘제 아비를 죽일 놈’이야. ‘쪽문은 완전히 활짝 열려 있었다.’라는 서술이 그리고리의 입장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도 기억해 줘.
그는 훗날, 자신이 그 순간에 노인의 두개골을 박살 낸 건지 아니면 그저 공이로 정수리를 때려 ‘한 방 먹였을’ 뿐인지를 ‘완전히 확인’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음을 분명하게 기억했다. (240)
이건 드미트리의 입장에서 나온 말. 중요한 건 드미트리가 그리고리의 상태를 살피고, (의미없는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피를 닦아 주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는 거야. 어쩌면 당장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이 점에 대해서도 재판에서 다뤄질 예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