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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결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챌린지] 22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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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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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편 알료샤 3. 양파 한 뿌리 ~ 갈릴래아의 카나

알료샤와 그루셴카와의 만남이 마무리되었어. 다음 편은 챕터명부터가 ‘미챠’야. 이반과 알료샤 시점에서의 이야기는 한 번씩 보았으니 이제 드미트리 시점에서도 봐야겠지.

챌린지 함께 해주는 덬들 늘 고마워.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고 열심히 읽고 있어!







사 년 만에 모욕감에 젖은, 감수성이 예민한 가엾은 고아 소녀가 발그스레한 뺨에 풍만한 몸을 지닌 러시아의 미녀로, 대담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에 오만하고 뻔뻔스러우며 돈맛을 알아 버려 축재에 여념이 없는, 인색하고 신중한 여자로 변해 버렸으니, … (137)

그루셴카의 삶에 폭력을 가한 요소를 꼽자면, 크게 남성과 돈으로 나눌 수 있어. 열일곱 살의 그루셴카를 기만하고 훌쩍 떠나버려 그루셴카가 버림받았다는 소문이 따라다니게 함으로써 그녀에게 치욕과 가난을 안겨 준 폴란드 장교, 그런 그루셴카를 데려다가 자신의 첩으로 삼은 삼소노프, 그리고 표도르까지 총 세 명의 남성이 그루셴카의 삶에 폭력을 가했지. 장교는 그루셴카가 보호자 없는 고아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기만했고, 그 이후 그루셴카의 보호자를 자처한 삼소노프 역시 그루셴카가 장교와의 관계에서 입은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그루셴카를 돈으로 지배하기만 했어. 표도르도 크게 다를 것은 없는데, 다만 이때 그루셴카가 표도르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루셴카가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이야. 이 시점에서 그루셴카는 어떻게 보면 표도르만큼이나 세상 물정에 밝다고 할 수도 있어.

그루셴카는 이러한 폭력에 공격적으로 대응해. 가난 때문에 노인의 첩으로 살았던 수치심을 견디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고, 학대당했던 과거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라키친과 함께 알료샤를 육체적으로 타락시킬 계획을 모의했어. 그리고 표도르에게 복수하고자 드미트리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켰지(이 내용은 후에 더 자세히 나올 거야). 특히 알료샤에 대한 그루셴카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데, 알료샤의 순수함을 알아본 그루셴카는 알료샤에 대해 ‘저 사람은 나를 경멸해, 나를 거들떠도 보지 않겠지.’(158)라고 생각하고는 했어. 삼소노프에게 매여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가 열등감으로 전환되면서 그게 알료샤를 향해 표출된 거야.



“조시마 장로께서 돌아가셨다고!” 그루셴카가 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녀는 경건하게 성호를 그었다. “맙소사, 내 이게 무슨 짓이람. 지금 이 사람의 무릎에 앉아 있다니!” 그녀가 갑자기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지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릎에서 내려와 소파로 옮겨 앉았다. (152)

알료샤를 육체적으로 타락시키고자 알료샤의 무릎에 올라앉기까지 했지만, 그루셴카는 조시마 장로의 부음을 듣고 본능적으로 조의를 표했어. 이 ‘도덕적 선택’을 통해 그루셴카의 정신적 갱생이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지. 이를 통해 알료샤는 그루셴카를 재인식해. 알료샤에게 있어 그루셴카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처럼 오만하고 인색한 여자가 아니라, 자신과 같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공동체의 일원이 된 거야. 이 장면에서 그루셴카와 라키친이 확실히 대비되기도 하지. 



“내가 비록 못된 여자라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나는 양파 한 뿌리를 준 적이 있단 말이야.” (154)

‘양파 한 뿌리’는 출판사에 따라 ‘파 한 뿌리’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어쨌든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행하는 작은 적선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해. 그리고 알료샤와 그루셴카에게 있어서는 서로를 연결하고 구원하는 의미가 되지.

“이분은 지금 나를 가엾게 여겨 주었어……. 아그라페나 알렉산드로브나, 나는 지금 당신 얘기를 하는 거야. 당신은 지금 내 영혼을 회복시켜 줬어.” (153)
“그는 나를 안쓰러워해 준 첫 번째 사람, 유일한 사람이야, 정말로! … 나는 평생 동안 당신 같은 사람을 기다렸고, 누군가 그런 사람이 와서 나를 용서해 줄 줄 알고 있었어. 누군가가 나같이 더러운 여자도 사랑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거야.” (165)

조시마 장로의 부음을 들은 그루셴카는 알료샤에 대한 유혹을 포기함으로써 알료샤를 구원하고, 그루셴카는 진정한 연민으로 자신을 대해 준 알료샤에게 애정을 느껴. 두 사람은 양파 한 뿌리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구원할 수 있었던 거야. 알료샤가 그루셴카를 ‘누나’라고 부르는 것도 두 사람이 영적인 남매(종교에서 흔히 ‘형제님’, ‘자매님’ 할 때처럼)로 묶인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 또한 그루셴카는 알료샤에게 양파 한 뿌리 이야기를 해 주면서 자신의 내면에 도사린 악을 인지하고 반성하기도 해.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의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라고 파이시 신부가 읽었다. (171)

알료샤는 파이시 신부가 낭송하는 ‘갈릴래아의 카나’ 내용을 들으며 꿈으로 빠져들어. 가수면 상태에서 나타나는 의식의 흐름과 꿈으로 말미암아 알료샤라는 한 인물이 변화하지. 특히, 알료샤는 이 꿈을 통해 조시마 장로가 강조했던 ‘기쁨’의 의미를 이해하게 돼.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리스도를 두려움에 떨면서 경외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다만 민중과 함께 기쁨을 나누길 원하는 존재로 이야기했어.

이 경험을 통해 알료샤는 연약한 청년에서 강인한 투사로 다시 태어나. 조시마 장로가 알료샤에게 부여한 사명, 곧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명을 따르기 위해서이지. 결국 도스토예프스키는 알료샤에게 지상에 천국을 실현시키는 역할을 부여한 거야. 앞에서 반복적으로 얘기했다시피,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있어 천국은 실천적 사랑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고. 알료샤 또한 ‘한 알의 밀알’이었던 것이지.



그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땅을 끌어안고 있는지 몰랐으며, 왜 그가 이토록 억누를 수 없을 만큼 땅에 입을 맞추고 싶은지, 온 땅에 이렇게 입을 맞추고 싶은지 구태여 해명하려 들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울면서, 흐느끼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땅에 입을 맞추었고 그것을 사랑하겠노라고, 영원토록 사랑하겠노라고 미친 듯이 흥분에 휩싸여 맹세했다. (176)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입맞춤’이라는 행위는 반복적으로 등장해. <대심문관>에서 그리스도는 자신을 비난한 대심문관에게 입맞춤으로 답했고, 조시마 장로 또한 죽기 전 대지에 입맞춤을 했어. “그러고 나서는 얼굴을 땅바닥으로 기울인 채 팔을 활짝 펴고 기쁨에 찬 황홀경에 젖어 땅에 입을 맞추고 기도를 하면서(그 자신이 가르친 그대로였다.) 조용히 기쁘게 하느님에게 영혼을 바쳤다.” (99)

특히 조시마 장로와 알료샤의 입맞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있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영혼을 온전히 신에게 바치는 그 순간에 대지에 입을 맞췄지. 즉, 이떄의 입맞춤은 가장 숭고한 종교적 가치의 표현이야. 조시마 장로의 말을 따라 수도원을 나왔지만, 알료샤와 신의 연결이 끊어져 버린 건 아님을 의미해.



땅으로 몸을 던질 때의 그는 연약한 청년이었지만 일어섰을 때는 한평생 흔들리지 않을 투사가 되어 있었으며, 이것을 바로 이 환희의 순간에 갑자기 의식하고 예감했다. (177)

도스토예프스키가 원래 알료샤를 주인공으로 한 3부작을 계획했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그 중 1부에 해당하며 알료샤는 혁명 세력에 가담하게 될 예정이었다고 했던 것 기억해? 이런 부분에 군데군데 도스토예프스키가 알료샤의 미래에 대한 복선(?)을 깔아 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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