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호색한들 4. 뜨거운 마음의 고백. 일화의 형식으로 ~ 6. 스메르쟈코프
오늘 분량에서는 드미트리와 카체리나, 그루셴카, 그리고 이반까지 얽히고설킨 네 사람의 관계가 드러났어. 그리고 카라마조프 형제들 중 유일하게 제대로 서술되지 않았던 스메르쟈코프도 한 챕터를 할애하여 소개하고 있지.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사건이나 상황 서술 위주라 좀 재밌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ㅋㅋㅋ 스메르쟈코프에 대해 서술한 부분에 복선(?)이 꽤 있던데, 나중에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읽어봐도 재밌을 것 같아.
챌린지 따라와주는 덬들, 며칠 지난 뒤 완료 댓글 달아주는 덬들 모두 고마워! 댓글 수 늘어나면 괜히 한 번씩 확인하고 혼자 좋아하고 있어ㅎㅎ
“처음 든 생각은 극히 카라마조프적인 것이었어. … 이 생각, 이 거미의 생각이 내 심장을 어찌나 거세게 거머쥐었던지 그저 그 괴로움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녹아 버릴 것 같았어. ” (239)
“그 모든 것 대신 느닷없이 시골 목욕탕처럼 연기에 까맣게 그을린 작은 방이 하나 있고, 구석마다 거미가 진을 치고 있는, 그게 영원성의 전부일 수도 있지 않소.” <죄와 벌>의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하는 말이야. 이 대사와, 드미트리의 언급을 통해 도스토예프스키가 부정적인 것, 악마적인 성질을 띤 것에 대한 상징으로 거미를 활용했음을 알 수 있지.
드미트리는 카체리나의 언니 아가피야에게, 카체리나를 자신에게 보내면 그들의 아버지가 필요로 하는 4000루블을 주겠다고 말해. 명확하게 서술되지는 않았지만 드미트리가 방탕하게 살았다는 사실과, 그 말을 들은 아가피야의 반응을 통해 ‘카체리나를 보내라’는 말에 어떤 함의가 들어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지.
하지만 카체리나가 4000루블을 받으러 왔다면서 드미트리를 찾아왔을 때, 드미트리는 그녀에게 손대지 않았어. 그녀를 조롱하지도 않았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은 카체리나와 달리,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비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야. 드미트리는 거미의 생각, 카라마조프적인 비열한 생각을 따르지 않았어. 대신 카체리나의 명예를 존중하여 그녀에게 수표를 들려 돌려보냈지.
“그녀는 자신의 덕행을 사랑하는 거야, 내가 아니라.” (246)
드미트리와 카체리나의 관계도 참 미묘해. 처음에 카체리나는 드미트리를 보는 둥 마는 둥했는데, 이로 인해 드미트리는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어. 그리하여 아가피야에게 위와 같은 ‘농담’을 했지만 정말로 어떤 짓을 하지는 않았지. 얼마 뒤, 유산을 상속받게 된 카체리나는 드미트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약혼을 제안해.
드미트리는 이를 가리켜 ‘그녀는 자신의 덕행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드미트리가 얼마나 방탕하게 살았는지도 알고 있고, 어떤 불한당인지도 알고 있고, 심지어 이제 돈조차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약혼하자고 하는 것은 일종의 구원 콤플렉스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이 미묘한 관계가 후에 드미트리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거야.
“아무것도 아닙니다요. 주 하느님이 빛을 창조한 건 첫째 날이고 태양과 달과 별은 넷째 날에 창조했다면서요. 그럼, 첫째 날엔 어디서 빛이 비쳤던 거죠?” (261)
그리고리와 마르파는 죽은 아들이 보낸 아이라고 생각하고 스메르쟈코프를 키웠지만… 아이들은 좀체 마음대로 크지 않지. 스메르쟈코프는 끔찍할 정도로 사람을 싫어하고 말이 없는, 그리고리의 말을 빌리자면 ‘은혜라곤 도통 모르는 놈’으로 자라.
어린 시절, 성경의 창세기를 설명하는 그리고리에게 스메르쟈코프는 의문을 제기해. 종교가 일상에 있어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었던 당시 사람들에게 이러한 의문은 지극히 불경한 것이었을 거야. 주인 표도르를 떠나 모스크바로 가서 살자고 조르는 아내의 말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남들에게 비난받는 주인에게마저 헌신적으로 충성할 만큼 고지식한 인물인 그리고리에게는 더더욱. 다만 이때는 과학이 대두되던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메르쟈코프의 의문은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어.
그러고 나서 바로 일주일 뒤에 그에게 난생 처음으로 간질 발작이 일어났으니, 그것은 이후 평생 동안 그를 떠나지 않았다. (262)
이전 회차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막내 아들 알료샤가 어려서 간질로 죽었고, 도스토예프스키 자신도 간질 환자였다는 걸 언급했었어. 스메르쟈코프도 간질을 앓아. 서술자의 표현대로라면 ‘평생 동안’. 이 사실은 소설의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따로 다시 언급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