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난중일기 글이 있길래 이거는 번역 추천이 좀 있으야 하겠다- 싶은 생각에 적어보는 사학과+충무공덬의 글입니다.
※ 소개에 앞서.
현재 번역, 출판되고 있는 『난중일기』는 크게 두가지 판본이 있음. 첫째는 이순신 장군의 친필 초고(국보 제76호), 둘째는 정조 때 간행된 장군의 문집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수록된 판본. 전자는 흔히 『난중일기초』라는 이름으로 많이 칭해지고 후자는 '전서본'이라고 칭해지곤 하는데 초고본에는 1595년 을미년(乙未年)에 기술된 일기가 실전되어 있고, 전서본에는 이것이 수록되어 있음.(을미일기는 언제 분실되었는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출간되는 모든 난중일기 가운데 을미일기는 전서본이 저본. 문제는 이 전서본의 출간은 2년의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는데, 초고본이 아래와 같이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미지 출처 : 『국보 제76호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 보존처리』, 국립문화재연구소, 2015)
2년이라는 간행 작업 기간 동안 위의 초서를 완벽하게 정서(正書)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 누락도 있어서 전서본을 무조건 신뢰할 수가 없음. 그래서 20세기 번역된 출판물들은 전서본과 초고본을 함께 참조해서 번역했다고 이야기 하는 편-이지만 거의 전서본이 기준이 되었던 경우가 많음. 일단 저 초서를 정서하는 작업, 곧 탈초(脫草)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여튼 서지적으로는 이러한 역사가 있는 책입니당. ㅇㅅㅇ 나는 현재 이은상 본, 노승석 본(2016년판), 송찬섭 본, 박종평 본, 허경진 본(2008년판), 최두환 본, 이용호 본, 박혜일 외 본(2016년판, 완역 아님.)을 소장 중. 소장도서를 바탕으로 3종만 뽑아 보겠음.
1. 이은상 번역본
남한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읽힌 판본.(최초는 아님.) 역자인 이은상은 1960년 한학자들과 함께 『국역 주해 이충무공전서』의 번역 작업에 참여했고, 여기서 처음 전서본을 완역했으며, 이를 토대로 1968년에 완역본 『난중일기』를 출간함. 전서본을 기준으로 초고본의 내용을 반영하여 출간된 이 책은 현재까지도 출판사를 바꾸어 여러번 간행이 됐고, 해방 이후 출간된 거의 대다수의 『난중일기』 번역본의 모태가 된 저작임. 이래저래 다른 번역본의 모태가 된 책이다보니 현행 번역본의 오류가 사실 이은상 역의 오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식으로 소개되어 현재는 안습한 지위가 되었지만 그만큼 가장 구하기 쉬운 '옛 번역'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 듯. 현재는 지식공작소에서 2014년, 현대 맞춤법을 적용하여 교정, 출간한 판본이 판매중에 있음.(그 외에 올재클래식스에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그 번역이 pdf로 돌아다니기도 함.)
2. 박종평 번역본 (글항아리, 2018.)
1980년대까지는 이은상 번역본을 토대로 한 수많은 난중일기 번역본이 나왔는데 2000년대부터 초고본의 문자 분석을 통해 『난중일기』의 텍스트 신뢰도를 보다 더 높이려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박종평 본은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한 대표적인 번역본 중의 하나로 특히 故 박혜일 교수 외 3인의 작업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을 듯. 역주가 참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노승석 본이 아니라면 아마 결정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었을 것으로 보임.
3. 노승석 번역본 (여해, 2021)
노승석 선생은 이순신 장군의 필체 자체를 정확히 분석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 번역본의 탈초 오류를 하나 하나 고증했음. 이 작업을 꽤 오래 해서 2005년인가부터 난중일기 번역본을 냈고 개정과 개정을 거쳐 현재는 2021년의 『난중일기 교주본』까지 출간. 거의 뭐 난중일기에 대한 집념의 번역이라고나 할까(...) 교감이 상세하고 당연히 역주도 매우 상세한 편.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난중일기 번역의 결정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보고, 현재 연구자들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는 듯. 박종평 본이 제시한 오류나 의문사항도 노승석 선생의 이 번역본으로 해결된 경우도 있고 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