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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처음엔 안 읽혀서, 나중엔 고통스러워서 읽고 싶지 않은 책 <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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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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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독서’ 같은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야
어떤 책이든 책은, 수천 수만가지의 의미로,
모두에게 각각의 의미로 역할한다고 생각하거든
누구에겐 인생에 깊은 자욱을 남기는 책이 누군가에겐 무용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 책을 필독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우리 한국사에 꼭 존재해야만 했던 책이라고,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사실 처음에 글이 너무 안 읽혀서 괴로웠어
책의 배경을 정말 하나도 모른 채 무작정 읽은 터라
그 광주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자마자 더더욱 손을 놓고 싶더라
그치만 1장을 꾸역꾸역 다 읽어가던 무렵,
동호가, ‘아무 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하는 문장을 보자마자
갑자기 훅 책에 빠져들었어

초반에는 많이 울었는데
중반부터는 눈물도 나지 않고 그냥 숨이 막히는 이야기였어
숨이 턱 막혀서 읽다가 천장 보고 숨 쉬고,
자세를 고쳐 앉아 멍하니 있다가 다시 읽고.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이 이야기를 하나하나 끝까지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이 책에 대한 인스타 리뷰 중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드는 것도 좀 별로였다는 평을 봤는데
난 작가가 일부러
그런 버거움과 껄끄러움을 작품 속에 남겨놓은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일부러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썼다는 느낌.
최대한 그 때 사람들에게 예의를 지키는 한에서 
읽는 독자들이 가장 생생하게 그 고통들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나같은 일반 사람들은 그 참혹한 역사를 잠깐 마주하고 충격을 받고
또 다시 밝은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 일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그 참혹한 시간은 평생 반복된다는 것.
그 사실까지를 모두 알게 된 후에도 나는 또 이 일을 마음에 묻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거라는 것까지 생각하면
마음이 더더욱 무거워진다

할 수 있는 건 잊지 않는 것, 그뿐인 것 같아
북클럽 아니었으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을 수 있었던 용기의 반은 이곳에서 얻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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