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냥 순수하게 재미있음
전반부는 주인공 목타르의 흙수저 삶, 주변인들의 삶을 천천히 그려내는데
목타르가 예멘 커피에 관심을 가진 이후부터는 흥미가 생기고
특히 트럭 타는 부분부터 이야기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함
주인공이 현 위치에서 아홉 시간 거리에 잇는 아덴으로 가야만 하는데
도와준단 사람이 16륜 짜리 완전 크고 흰 트럭을 가져온 거야
눈부시게 흰 트레일러 트럭이, 새로운 전쟁의 가장 가혹한 폭격작전이 한창인 한밤의 예멘을 가로질러 간다. (308p)
목타르가 황당해 하는 거며, 그 광경이 상상돼서 살떨리고 재미있음
나 쏘아줍쇼 상황이지만 어떡하냐 타야지. 털털거리는 흰 트럭 타고 예멘을 가로질러가야지.
이렇게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아서 실화에 기반한 소설이겠거니 했거든
에세이더라. 실화였어...
주인공인 목타르 자체가 화술이며 추진력이 좋은 사람이지만,
위기가 닥치면 그때마다 믿어주는 조력자가 나옴
돈 필요할 때마다 거금을 턱턱 빌려주질 않나, 죽을 위기마다 도와주는 사람이 나오질 않나. 그래서 중반까지는 조금 투덜대며 보기도 했음
아무리 성공담이래도 도와주는 사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누가 따라하려 해도 못하겠다. 운도 좋네. 이런 식으로 말야.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이 사람 자체가 조력자를 끌어모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미국에 살 때부터 이 사람은 예멘인들의 인권, 상황을 신경쓰고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이었고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뒤로는 자기가 죽을 상황인데도 예멘 커피를 이야기함
그러한 열정과 행동력이, 그를 도와줄 사람들을 당겨온 게 아닌가 싶었음
커피가 탄생한 곳은 여기라고 말했다. 이 점을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세계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우리에게는 커피를 위대하게 만들 기회가 있다고, 세상을 향해 예멘에는 내전과 드론과 카트보다 많은 것이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가 있다고 말이다. (340p)
목타르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정 무역에 대한 이야기, 예멘인, 더 나아가서는 중동인에 대한 미국 내 차별 이야기도 잘 녹아들어 있음
또한, 예멘 사람들은 끊임이 없어 내전이 익숙해지고, 또 살아가기 바쁘다보니까 자기가 사는 예멘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있음
타지 사람들이 예멘을 보면 그렇듯, 예멘인들도 내전과 드론과 카트만 생각이 나는 거지.
주인공 목타르가 군인들에게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는데, 예멘의 풍경을 함께 보는 장면에서 좀 슬퍼지더라
자기네 나라 풍경인 줄도 모르고 믿지도 못하는 광경이
서술자는 그 광경을 '몽상'에 빗댐. 전쟁 중에 잠깐 오는 몽상 같은 것 ㅇㅇ
목타르는 그렇다고. 예멘이라고, 이 모든 게 예멘이고 아덴 말고도, 사나 말고도 이 나라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목타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왼쪽, 오른쪽으로 가리켜대며 건조대와 붉은 열매, 선명한 초록색 잎사귀, 농부들의 그을린 얼굴, 그들의 아이들을 보여주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좀전 군인보다 더 어린 다른 남자가 같은 질문을 했다.
"그게 진짜 예멘입니까?" (336p)
그런 여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초반과 대칭을 이루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왠지 울컥 ㅠㅠㅠ
소재도 좋았지만, 작가가 글을 애초에 잘 쓰는 사람 같음 재밌었어
이 책 읽고 나니까 예멘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