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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좋았던 문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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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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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쓰려고 하다가 깨달은 건데,
내가 책을 고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제목이라는 점
<달의 궁전> 제목이 너무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첫 문장을 달로 시작해서, 마지막 문장도 달로 끝맺은 게 마음에 들었음
소설 속 인물들이 삶을 극한까지 몰아서 파괴하는 과정을 보는 게 괴로웠지만
가끔 나도 그렇게 끝까지 나를 내몰아서
거기서 삶의 의지를 다시 찾든, 끝을 내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서
꽤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음

p.34
나는 세상에 침을 뱉고 싶었다.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한 짓을 하고 싶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너무 많은 책을 읽은 젊은이의 모든 열정과 이상으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p.36
하나 하나의 상자를 열 때마다 나는 외삼촌이 살았던 삶의 또 다른 부분, 어떤 정해진 날이나 주 또는 달이라는 기간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한때 외삼촌이 차지했던 것과 똑같은 정신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ㅡ 같은 글을 읽고, 같은 이야기 속에서 살고, 어쩌면 그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ㅡ 느낌으로 위안을 받았다.

p.37
나에게는 책이란 글을 담는 용기라기 보다는 글 그 자체였으므로 어떤 주어진 책의 가치는 물질적인 상태보다 정신적인 질에 따라 결정되었다.

p.39
날이 갈수록 내 삶은 점점 더 커져 가는 제로가 되었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손에 잡힐 듯 갑자기 생겨나는 빈자리뿐이었다.

p.64
나에게 있어서는 단 한 가지 미래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였고, 그 현재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위한 투쟁이 점차로 다른 모든 일들을 능가했다.

p.93
즉 현실은 변화무쌍하며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뿐이라는 것이었다.

p.119
 「우리의 삶은 여러 가지 뜻밖의 사고로 결정됩니다.」

p.136
빅터 삼촌이 오래전에 얘기했듯이, 대화는 누군가와 함께 공 던지기 놀이를 하는 것이나 같다. 쓸 만한 상대방은 공이 글러브 안으로 곧장 들어오도록 던짐으로써 여간해서는 놓치지 않게 하고 그가 받는 쪽일 때에는 자기에게로 던져진 모든 공을, 아무리 서툴게 잘못 던져진 것일지라도, 능숙하게 다 잡아 낸다.

p.142
 <태양은 과거고 세상은 현재고 달은 미래다.>

p.240
누구든 자기가 속수무책인 지경에 이르렀다고 느끼면 고함을 지르고 싶어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가슴에 응어리가 지면 그것을 몰아내지 않고는, 있는 힘을 다해 고함을 지르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는 법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의 숨에 숨이 막힐 것이고, 대기 그 자체가 그를 질식시킬 것이다.

p.269
 「나는 망각을 찾고 있었지.」
 그가 말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느끼는 혐오감과 같아질 타락으로 빠져들려고 애쓰면서.」

p.313
 「자네는 몽상가야. 자네 마음은 달에 가 있어.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걸로 봐서는 그래 가지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자네는 야망도 없고 돈에도 전혀 관심이 없고 예술을 느끼기에는 너무 철학적이야. (후략)」

p.325
 「나한테도 저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리타. 내가 죽은 뒤에 나를 태워서 공중에다 던져 줬으면 좋겠어. 멋진 장면이야, 동시에 모든 방향으로 춤을 추며 흩어지다니.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야.」

p.337
그것은 내가 다루기에는 너무 어려운 주제였고 결국 나는 그것을 한옆으로 제쳐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손을 대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하지만 일이란 게 늘 그렇듯 다시는 거기에 손을 대지 못했다.

p.359
우리는 언제나 잘못된 시간에 옳은 곳에, 옳은 시간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 언제나 서로를 놓쳤고, 언제나 간발의 차이로 전체적인 일을 알지 못했다. 우리의 관계는 결국 그렇게, 잃어버린 기회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의 조각들은 처음부터 모두 거기에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여야 할지 몰랐다.

p.404
내가 마침내 나의 내면에 숨겨진 추악함과 잔인성을 보았을 때, 나는 겁에 질려 나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다.

p.436
하지만 그것은 지형에 감명을 받았다기보다(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감명을 받는다) 시간 감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땅의 거대함과 공허함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현재가 더 이상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분이니 시니 하는 것들이 잴 수도 없을 만큼 너무 짧아서 주위에 있는 것들에 눈을 뜨고 나자 세기라는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천 년이라는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나는 지구가 하늘을 가로질러 선회하는 혹성이라고 느꼈다. 나는 지구가 크지 않다는 것, 아니 거의 현미경적으로 작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온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들 가운데서 지구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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