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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좋았던 문장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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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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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 된다고 해서

드라마 보기 전에 원작소설 사서 읽었던 건데

요즘 다시 대본집이랑 같이 드라마 복습하면서

생각이 나서 꺼내봤음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고 따뜻한 글이었다고 생각


p.10

이유 없이 슬퍼지거나 울음이 터진다는 건 좋은 일도 아니고, 한밤의 감상이라기엔 스스로 나약함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아니, 이유 없이 슬퍼진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이유를 알지.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외면하고 싶으니까 모르는 척할 뿐이다.


p.26

없었던 일인 셈 치라고 해도 언제나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이니까.


p.29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 행운이라면 카메라의 꽃말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 이말리 씨는 ‘찰나’라고 써놓았다. 사물에게 ‘꽃말’이란 표현보다 더 적확한 다른 표현이 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쉽게 다가가기엔 꽃말도 무리수는 아닐 듯.


p.119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이 가장 어렵다. 그렇게 섞여 있는 진짜와 거짓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으니까.


p.132

 “누가 뭘 오해했다는 건데. 그건 두 번 상처 주는 거야. 오해할 만큼 이해력이 모자랐거나 독해력이 떨어졌거나, 의사소통에 센스가 없어서 혼자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그거 아니잖아. 오해는 없어,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던 거지. 그걸 상대방한테 네가 잘못 아는 거야, 라고 새롭게 누명 씌우지 말라고.”


p.157

 -태양 아래서 역사가 되고 달빛 아래서 전설이 된다는 말이 있어. 나는 램프 아래서는 모든 것이 스토리가 될 거라고 언제나 생각해왔어. 알고 보면 이야기는 먼 곳에 있지 않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니까.


p.163

오랫동안 듣지 않고 살아도, 어째서 한 시절 가까웠던 이들의 목소리는 이렇게 순식간에 되돌아오는지. 한 마디만 들어도 누군지 알게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p.187

예감은 틀리지 않고 의심은 늘 이루어지는 것.


p.191

‘사람들은 말과 표정이 일치하지 않으니까, 말을 듣지 말고 표정을 읽어야 한다’고 그는 자주 되뇌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절반만 옳았다. 사람들은 표정 또한 자유롭게 바꾸고 지어내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애초에 읽으려 들지 않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보여주는 걸 보고, 들려주는 걸 들으며, 흘려보내면 그만.

 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p.198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 하나 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 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p.255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는 불행하고 슬퍼야 하나? 그들은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불행할 조건이 갖춰졌는데 어째서 불행하지 않은 거야, 라는 폭력적인 질문. 그 질문이 옳은가.


p.268

타인의 배려를 받고 신세를 진다는 건 고마운 일이면서도, 결국은 인생에서 크고 작은 빚을 만들어가는 일일 테니까.


p.271

죽기엔 그때의 해원이 덜 아팠던 것일까. 하지만 아픔의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많이 아프다고 누구나 세상을 버리는 건 아니었고, 남은 사람은 덜 아파서가 아니라 살아가려고 끝까지 애썼기 때문이었다.


p.278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p.388

 한때는 살아가는 일이 자리를 찾는 과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평화롭게 안착할 세상의 어느 한 지점. 내가 단추라면 딸깍 하고 끼워질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내가 존재해도 괜찮은,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방해도 받지 않는, 어쩌면 거부당하지 않을 곳.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어디든 내가 머무는 곳이 내 자리라는 것. 내가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스스로가 하나의 공간과 위치가 된다는 것. 내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제자리라고 여기게 되었다. 가끔은, 그 마음이 흔들리곤 하지만.


p.404

 ‘우리 매니저님, 잘 지내지?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해. 살면서 교훈 같은 거 안 얻어도 되니까.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슬픔만 한 거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기왕 슬펐으니 거름 삼자고 위안하는 거고… 처음부터 그냥 슬프지 않은 게 좋아. 물론 바라는 대로 되면야 얼마나 좋을까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네. 늘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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