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문제 되면 지울게.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윤의섭 시인 시집이야
민음사 시집 원래 다 믿고 보기는 하는데
저 시집이 유독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봤더니...
최고인 거 있지 ㅠ
시집 속에 [감염]이라는 시가 가장 와닿았어
이건 몸에 쓰이는 후기 혹은 가장 오래 이어진 필사여서
아프기 전에 이미 아픔의 절정을 알고 마는 참어(讖語)
같은 증세로 저녁의 구름은 노을을 옮겨 적는다
꽃내음은 바람을 적시고 바람은 멀리 한 계절을 끌고 간다
그러니까 나는 네게 복제된 증상이다
비접촉으로도 너의 고통과 결합하는 방식
물들기 쉬운 내력을 앓고 있었으므로 너는 다시 내가 불러낸 처음
어느 살점 속에 말없이 뿌리 내리다 떠나가는 유목은 흔적을 남기지 않지
치명적이더라도 내게만 머물기 바라는 난치의 기억
내게서 자라나다 내 안에서 죽어야 하는 너라는 병
전이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 달처럼 맴돌았다는 진단이 나올 것이다
한때 월식이 있었고 해독하기 힘든 천문이 새겨졌을 것이다
온몸으로 퍼지는 불온한 증여를 들여다본다
여기에 어떤 병명을 갖다 붙여도 가령
빗방울에 스민 구름 냄새라든가
단풍나무가 머금은 햇볕의 온기라든가
어쩌면 네게서 너무 멀어져 알아내기 힘들지라도
나는 지금 징후와 후유증 사이의 중간계를 통과하는 중이다
나는 아프기도 전에 감동했다는 것이며
물들었으므로 닮아가야만 하는 의례를 따라
그리하여 면역이라는 영역에 들어설 때까지
이 시가 맘에 들었다면
한 번 빌려서든 사서든 읽어봐!!
후회 안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