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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찢어진 도서관 책, 70년 된 일기장.. 새 책처럼 고쳐드립니다 [책 수선가 재영님 인터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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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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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책 수선가 재영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작업실. 간판은 없다. 온라인에만 걸어놓은 문패는 '재영책수선'. 책 수선가 재영(33)씨는 사연 많은 헌책을 새 책처럼 바꾸는 수술을 한다. 좀 과장하면 이 작업실은 헌책방보다는 병원의 무균 수술실에 가까웠다.

수술대에 오르는 헌책들은 젊든 늙었든 먼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종합검진'을 받는다.

재영씨는 보호자라고 할 수 있는 책 수선 의뢰인과 검진 결과와 견적을 상담한다. 본격 수술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찢어진 종이는 접착제와 붓으로 감쪽같이 붙인다. 가위질, 사포질, 다림질이 이어진다. 튼튼히 제본하고 표지까지 장착하면 수술 끝. 수술 전 망가진 부분을 고치는 것은 기본이다.



옷·구두처럼 책도 수선한다



https://img.theqoo.net/inXrS
재영씨가 프레스 기계로 책을 누르고 있다. 그는 “책 수선이 종이를 다루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힘을 많이 쓴다”고 했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책 수선이라니 낯선 분야입니다.

"저도 스물여덟에 알았어요. 2014년 미국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책 수선이라는 분야가 있는 줄도 몰랐죠. 학부에서는 유리 공예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대학원 전공은 북아트와 종이공예였어요. 전혀 다른 분야였죠. 지도 교수님이 '책의 기본기를 배워 보라'며 도서관 책 수선 일을 추천해 시작하게 됐어요."


―다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책들을 수선하나요.

"보존실에는 종이 한 장이 찢어진 책, 한 귀퉁이가 잘려나간 책처럼 하찮은 수선 거리도 들어와요. 한국 도서관이었다면 그대로 방치된 채 대여되거나 망가진 책을 버리고 새 책을 들여놓겠죠."

―새 책도 잘 팔리지 않는데, 헌책을 돈 들여 고치는 사람이 있나요.

"다른 산업들처럼 활발하진 않지만 예상한 것보다는 책을 고치고 싶어하는 분이 많았어요. 작업실을 열자마자 의뢰가 많이 들어왔어요. 얼마든지 새 책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수선을 맡겨주시니 신기했지요."

―책 수선 비용은 보통 얼마인가요.

"종이 한 장이 찢어진 책은 몇 천원이면 고치지만 책 상태에 따라 몇 십만 원, 백만 원도 들어요."

―새 책보다 더 큰돈을 들여서까지 헌책을 고치는 이유가 뭘까요.

"소유한 사람에게 어떤 추억과 시간이 담겨 있으니까요. 새것으로 대체할 순 없어요. 망가진 책을 온전한 상태로 복구하면 심리적 위로도 얻을 수 있고요."

―추억은 돈으로 살 순 없지요.

"어떤 의뢰인이 어릴 때부터 소장한 동화책을 들고 왔어요. '낙서는 5㎝짜리 하나도 지우지 말고 남겨달라'고 해요. 헌책방에서 구해온 책에 남이 한 낙서는 지워달라는 분들이 더 많고요."

―낙서야말로 전자책이 흉내 낼 수 없는 종이책만의 흔적이군요.

"종이 한 장에도 셀 수 없는 많은 가치가 담길 수 있다는 걸 느껴요. 전자책에도 필기는 할 수 있지만, 손에 잡히는 종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담지는 못하니까요."


―수선 작업을 할 때 책과 그 주인의 이야기를 많이 듣나요.

"어릴 때부터 자주 읽은 동화책, 어머님의 유품, 부모님의 편지가 깃든 책처럼 책마다 사연이 넓고 깊어요.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수선해야 할지 영감을 받아요. 의뢰인과 친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책 이야기를 깊게 나눌수록 가까워지죠."

―수선을 넘어 예술의 영역이네요.

"보수용 종이로 찢어진 곳만 붙일 수도 있어요. 저는 책이 기능하도록 고치는 의미의 수선에 머물고 싶지는 않아요. 아름다움이나 서사(敍事)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도서관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서너 권을 기계처럼 고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한 권 고치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립니다."



테이프·스테이플러는 절대 안 돼



―책을 직접 수선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방법이 있나요.

"아끼는 책이라면 스카치테이프와 스테이플러 두 가지는 절대 쓰지 마세요. 테이프의 접착제가 딱딱해지면서 책을 부숩니다. 스테이플러 철심에서 난 녹(綠)은 종이에 빨갛게 번져요. 책을 잠깐 쓸 만하게 고치긴 괜찮지만, 길게 보면 책을 망가뜨립니다."


재영책수선은 수선이 끝난 책을 의뢰인에게 돌려줄 때, 수선 전 찍어놓은 책 사진을 함께 준다. "손때가 묻은 낡은 모습까지 의뢰인이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한다. 재영씨가 옷이나 다른 물건도 온전한 것보다는 망가진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옷은 깨끗한 걸 좋아한다"며 그가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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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v.daum.net/v/20191221030217573?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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