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35)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은 환생을 거친 책이다. 2012년 초판도 다 못 팔린 채 절판된 책이 최근 다시 나와 2만5000부 이상 찍으며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새 정 작가의 팬덤이 커지면서 절판된 책의 중고가가 무려 7만원까지 올랐다. 정 작가는 안되겠다 싶어 초기작인 '지구에서 한아뿐'과 '덧니가 보고 싶어'를 고쳐 쓰기 시작했다. 두 권 모두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고 등장인물이나 결말도 시대 감수성에 맞게 거침없이 바꿨다. 홍대 인근에서 최근 만난 정세랑은 "스물여섯에 쓴 글을 서른여섯에 다시 고쳤다"면서 "정상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어 여자 주인공이 결혼 후 아이를 잘 키우는 결말도 바꿔버렸다"고 했다. "'덧니가…'에서는 폭력을 묘사할 때 답습하는 표현들을 벗어나려 했고, 여성 주인공도 좀 더 자신의 삶을 위해 싸우도록 바꿨어요. 주인공의 이상형으로 썼던 남자 연예인들도 그동안 이러저러한 물의를 빚어 수정했죠."
'지구에서 한아뿐'은 친환경주의자인 주인공과 2만 광년 떨어진 별에서 날아온 외계인의 로맨스. '덧니가 보고 싶어'는 주인공인 작가가 소설 속에서 전 남자친구를 수차례 죽이면서 벌어지는 연애 스릴러다. 혼자 살면서 누군가 우편물을 훔쳐가거나 극성 팬에게 스토킹당한 경험들이 반영됐다. 두 작품 모두 환경이나 사회문제를 로맨스에 녹여내 경쾌하고 순식간에 읽힌다. 정세랑은 "제 소설이 책을 안 보는 사람의 독서 재활에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면서 "한동안 책을 안 읽다가 물꼬를 틀 때 고르는 책"이라고 했다.
2010년 신춘문예가 아닌 SF 잡지를 통해 등단해 두 권의 장편을 내놨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다. "책을 더 내기 위해선 문학상을 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심대로 창비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면서 문단에서도 인정받았다. "문학상을 받으려면 일단 좀 길어야 하고, 한국 사회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야 하고, 문장이 좋아야죠. 전략적이었던 것 같아요."
전문) https://news.v.daum.net/v/2019112903073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