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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토니 모리슨 - 빌러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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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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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 Morrison : Beloved


빌러비드 읽고 여운이 너무 강해서 추천글 쓴다!!


((스포주의)) 

배경은 남북 전쟁 이후의 미국이야. 주인공은 세서와 덴버이고, 덴버는 세서의 딸이야. 세서와 덴버는 주변 사회와 거의 단절된 상태로 살고 있어. 세서의 아들들과 시어머니는 차례차례 떠났고, 둘만 남은 집에 폴 디와 빌러비드가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돼.

폴 디는 세서와 같은 농장의 노예였고, 빌러비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야.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서에게 깊은 애착을 보여. 여러 긴장 속에 살던 이들은 결국 찢어지게 되는데, 세서가 예전에 자신의 딸을 살해한 일 때문이야. 세서는 자신의 셋째 자식을 죽이고 나머지 세 명도 죽이려고 했지만 저지당했고 수감됐지. 세서는 도망 노예 출신이고, 농장 주인이 그녀를 추격해 그녀와 그녀의 자식들을 다시 노예로 삼으려고 하자 그들을 죽임으로서 자유롭게 하려고 한 거야. 

그리고 빌러비드는 세서가 죽였던 딸이었어. Beloved는 세서가 자신을 내줘서 새겼던 딸의 묘비명이었고.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없어서 예전에 도서방에 살까말까 글 올렸었는데 다들 사라고 해줘서 구매했어.

흑인 노예제에 관한 책이고, 1993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흑인 여성 작가 토니 모리슨이 썼어. 문체와 표현이 굉장히 아름답고 시적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잔인할 정도로 생생해서 깊은 인상이 남았던 거 같아.

문학동네에서 나온 번역본 읽었고 너무 좋아서 원서도 삼 ㅠㅠ 이 작가 책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번역본은 최근 작품 하나 있고 옛날에 번역된 다른 책들은 다 절판이더라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제일 좋았어. 의외로 읽는 게 오래 걸렸는데, 글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한 장 한 장 너무 강렬해서 중간에 텀이 좀 필요했거든 ㅋㅋㅋㅋㅋ 

어쨌든 최근에 다시 꺼내보고 새삼스럽게 넘 좋아서 여기 추천글 쓴다!! ㅎㅎ 근데 똥퀄이넹.. 다들 읽어보면 내 멱살 잡고 싶어질지도 몰라... 그니까 읽어줘.. 왜 책 소개글을 이딴 식으로밖에 못 썼냐고 욕 박으러 와줘.. 위에 허접스럽게 쓴 줄거리는 정말 책 내용의 반의반의반도 안돼ㅠㅠㅠ 

몇 번이고 탈출하고 다시 붙잡히면서, 땅과 하늘과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폴 디의 이야기와,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던 설교자였으면서도 결국에는 모든 것에 지쳐 말년에는 색깔만 찾았던 베이비 석스의 이야기와, 평생을 124번지의 앞마당에서만 보내다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를 구하기 위해 세상으로 발을 내딛은 덴버의 이야기, 채찍을 맞은 만삭의 몸으로 농장을 탈출하며 숲 속에서 딸을 낳았던 세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 입체적이고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졌어.. 읽으면서 아.. 노벨문학상.. ㅇㅈ... 했던 책임. 개인적으로 소재는 좀 세다고 생각하지만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거야!! 추천해용. 그리고 이 책 사라고 해줬던 덬들.. 고마워요...

아래는 인용문. 사실 모든 문장이 좋아서 어떤 구절을 인용해야 좋을지 되게 고민했는데 아래 부분이 계속 기억에 남았어. 


하지만 엄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덴버가 제일 처음 두려워했던 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빌러비드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빌러비드를 깨우치기 전에 떠날까봐,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그 조그만 턱 아래 대고 톱날을 켜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손안에서 아기의 피가 기름처럼 펑펑 솟구치는 게, 머리가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얼굴을 붙잡고 있는 심정이, 생명의 힘으로 달콤하고 포동포동한 그 사랑스러운 아기의 몸을 관통하는 죽음의 경련을 흡수하려고 꼭 껴안는 심정이 어땠는지를 이해시키기 전에 빌러비드가 떠날까봐. 그러나 그보다도 베이비 석스가 죽음에 이른 이유와, 엘라가 아는 일과, 스탬프가 본 것과, 폴 디를 공포에 떨게 한 일은 훨씬,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었다는 걸 그녀가 깨닫기도 전에 떠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피부가 희기만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하기 위해 흑인의 인격을 모두 빼앗을 수 있었다. 일을 시키거나 죽이거나 사지를 절단할 뿐만 아니라, 더럽혔다. 완전히 더럽혀서 더는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했다. 그녀와 다른 이들은 그 일을 겪고도 살아남았지만, 자식만큼은 절대 그런 일을 겪게 할 수 없었다. 자식들은 그녀의 보배였다. 백인들이 그녀 자신은 더럽혀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녀의 보배만큼은, 마법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보배만큼은, 그녀의 순결한 분신만큼은 그렇게 되게 할 수 없었다. 머리도 발도 없이 표시만 남은 채 몸통만 나무에 매달린 시체들이 내 남편인지 폴 에이인지 고민하는, 그런 꿈으로조차 꿀 수 없는 꿈들은 더이상 안 된다. 애국자들이 흑인 학교에 불을 질러 부글부글 달구어진 여학생들 가운데 내 딸이 있는지, 백인 무리가 내 딸의 은밀한 곳을 침범하고 허벅지를 더럽힌 후 마차 밖으로 내던지지는 않았는지 괴로워하는 꿈들은 더이상 꿀 수 없었다. 그녀 자신은 도살장 마장에서 몸을 팔지언정, 딸에게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딸의 특징을 공책의 동물적인 특징 목록에 적을 수는 없었다. 안 될 말이지. 오, 안 되고말고. 

-p.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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