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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번역이나 글쓰기에 관심있는 덬들에게 유용할 것 같은 책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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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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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라는 책이야!
이 책 리뷰에 제목을 '번역자를 위한'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는 얘기가 있어서 솔깃해서 읽었봤는데 진짜 넘 좋아서 전파하러 왔어ㅋㅋ

제목 그대로 번역자를 위한 지침서 같은 책이긴 한데 글을 '깔끔하게' 쓰는 것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만해


작가가 번역을 잘하려면 한국어 실력이 받쳐줘야한다면서 한국어 강의를 빡세게 해주거든 

단순히 맞춤법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서 좋더라고. 

저자 본인이 일상에서 마주친 풍부한 예시들을 토대로 안 좋은 글이 있다면 그것이 왜 안 좋은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를 말해주고 좋은 글이 있다면 이건 왜 좋은지에 대해서 알려줘. 


고민을 많이 하고 쓴 책인지 글에 군더더기가 없고 힘이 있어서 빨려들어가면서 읽게된다! 

그래서 재미도 있었어. 계속 가벼운 잽을 맞는 것 같은 타격감이 좋은 글이야. 



책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 몇 군데만 발췌할게. 



- 칸트를 매일 정해진 시각에 밥 먹고 정해진 시각에 산책한 철학자로 알고 그치면 안 되고, 루소를 자기 자식은 보육원에 보냈으면서도 이상적인 자녀 교육론을 쓴 이중인격자로 치부해선 안 되며, 다윈을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전파한 냉혈한으로 이해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건 독자의 문제라기보다 독자의 흥미를 끌려고 그런 방향으로 글의 주제를 잡은 저자와 그런 대본을 덥석 맡은 번역자 탓이다.



- 좋은 글에는 판단이나 주장보다 근거가 많다. 다짐과 예측은 적고 경험 사례는 많다. 단편적 해설이나 전망보다 믿을 만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가 드러나야 고급 정보다.



- 나를 우리라고 확장하는 일은 늦출수록 좋다.



- 단테는 『신곡』에 ‘인생을 반 정도 살면 누구나 암울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고 적지 않고 이렇게 적었다. “인생의 반고비에서 나는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1인칭은 힘이 세다. 직접 겪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기 문장을 온전히 책임지는 일이 독자에 대한 봉사다.



- 해당 표현이 적절하게 쓰이던 섬세한 원래 맥락을 떠올리고 상상하자. 여자를 ‘그녀’라고 통칭하지 말고 맥락에 맞게 쓰자. 무턱대고 그녀라 쓰지 말고 상황에 맞게 계집애나 소녀라고, 또는 숙녀나 여인이라고, 또는 부인이나 노파라고 쓰자. 여자의 이름을 적어도 좋다.



- 젓갈이 ‘삭으면’, 김치가 ‘익으면’, 메주가 ‘뜨면’처럼 음식에 따라 맛깔나게 표현하면 좋을 말을 뭉뚱그려 ‘발효되면’이라고 통칭하면 얼마나 싱거운가.







책의 앞 부분에서는 좋은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뒷부분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휘와 문법(&문장부호)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가끔 들춰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이 책 읽으면서 번역서에 나오는 대시(ㅡ) 이 부분을 제대로 번역하는 번역자가 많지 않구나를 느꼈던 게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와.




- 줄표(─, 대시):   줄표는 괄호를 치자니 독자의 맥을 끊을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세부 내용을 빠뜨리는 것 같아 찜찜할 때 쓰는 보충 부호다. 줄표를 굳이 써야 한다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읽는 흐름을 끊지 말 것.


- 번역자는 독자에게 문장 앞으로 되돌아가서 읽는 번거로움을 주어선 안 된다.




지금까지 번역서 읽으면서 대시 사이의 부분을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술어랑 맞춰서 읽었던 경험이 많았는데 잘 번역된 글이라면 그냥 자연스럽게 읽히는 거라는 걸 알게됐어.

이 책 읽으면 그 동안 번역이 문제인가 내 이해력이 문제인가 하면서 머리 쥐어뜯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무릎치게 된다ㅋㅋ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

이 책에 이런 건 안 나와서ㅎㅎ 

그럼 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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