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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박제되지 않은, 지금의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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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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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EztQd

20년은 긴 시간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자라 어엿한 성인이 되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에 따르면 세상이 최소 두 번은 변할 시간. 2000년 8월 25일, 'ID; Peace B'로 데뷔한 가수 보아가 20주년을 맞이했다. 당시 그를 다룬 모든 곳에서 강조한 13세라는 나이, 그리고 그 어린 나이와 성별 모든 걸 모호하게 만든 사이버 펑크 풍의 모노톤 의상까지 아직도 모든 것이 선명하다. 당장 지난주 일도 희미한, 바쁘다 바빠 현대인이 20년 전 이미지를 기억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세기말의 아득한 기운과 함께, 보아는 그야말로 미래에서 찾아온 ‘세상 무서운 걸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보아는 사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감을 무서울 정도로 인지한 아이였다. 수 십억의 자본을 투자해 ‘세계시장에 통할 스타’를 만들겠다는 SM엔터테인먼트의 열망은 어리다는 말도 미안할 정도로 작고 어린 소녀 보아를 한순간도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게 했다. 보아는 이제는 케이팝의 기본이 된 것은 물론 해외 언론을 통해 케이팝의 대표적인 성공비결이라 언급되는 체계적이고 혹독한 연습생 시스템에서 태어난 첫 결과물이었다. 한국 가수 최초 오리콘 차트 1위, 최초 빌보드 200 진입, 여성 아이돌 최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입성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많은 최초 가운데 첫 최초였다.

보아는 자주 당시의 자신에게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괜한 말이 아니다. 공식 첫 무대였던 ‘SBS 인기가요’에서 첫 일본 쇼케이스까지, 무대에 선 보아를 둘러싼 건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극한의 의지와 그로 인해 조성된 극도의 긴장감이었다. 춤, 노래, 언어 모든 것이 완벽한 천재 소녀, 열도를 사로잡고 금의환향한 국위 선양의 아이콘으로 언제 어디서나 특별한 취급을 받았지만 그건 10대가 감당하기에 결코 만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보아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당연하다는 늘 너끈히 해냈다. 20년 전 보아와 지금의 보아가 달라지지 않은 점을 단 하나만 꼽는다면, 아마 무대 위의 빈틈 하나 용납하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일 것이다.

https://img.theqoo.net/vYdQe

그런 그의 음악과 얼굴이 경력에 어울리는 여유를 찾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분기점은 곳곳에 있었다.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던 미국 진출, 직접 작사 작곡한 첫 타이틀 곡 ‘Only One’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순간, 노랫말이나 곡을 쓰는 걸 넘어 프로듀서를 자처하며 앨범의 A부터 Z까지 자신의 힘으로 완성한 8집 'Kiss My Lips' 등. 세상이야 성공과 실패라는 말로 쉽게 구분해 버릴 다채로운 경험 속에 보아는 자신의 나이와 연차에 맞는 자신만의 속도와 온도를 점차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의 보아’를 이야기하기 좋은 타이밍은 'Kiss My Lips'를 발표한 2015년 즈음부터다. 15주년을 맞이해 정규 앨범 발매에서 기념 공연까지 큰 이벤트를 연이어 치러낸 보아는 이후 우리가 기억하는 보아라는 큰 틀 안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계속해서 꺼내 선보였다. 빈지노와 호흡을 맞춘 청량한 트로피컬 하우스 ‘No Matter What’으로 살짝 숨을 돌린 뒤 발표된 첫 미니앨범 'ONE SHOT, TWO SHOT'은 보아 하면 떠오르는 파워풀함에 우아함과 쿨함이 더해진 2018년의 보아 그 자체였다. 그해 말 발표한 9번째 정규 앨범 'WOMAN'은 보아의 2005년 곡인 ‘Girls On Top’을 다시 한번 소환하며 있는 그대로 빛나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이가 다름 아닌 보아이기에 가능한 다층적인 메시지를 드러냈다. 2019년 발표한 싱글 ‘Feedback’과 두 번째 미니앨범 'Starry Night' 역시 같은 노선을 이어갔다.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여 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는 넉살, Crush 등 해당 음악에 딱 어울리는 피쳐링진과 함께 더없이 편안하게 묻어났다.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의 기억 속 보아는 ‘추카추카추’를 외치며 스텝을 밟던, ‘너는 여전히 내 넘버원’이라며 시원하게 팔을 뻗던 10대 소녀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크게 잘못된 기억은 아니다. 그건 그만큼 보아의 지난 시절이 빛났다는 뜻이니 말이다. 다만 한가지, 우리는 지금의 보아를 조금 더 소중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년을 한결같은 모습으로, 재능에 더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나이에 어울리는 유연함까지 갖춘 음악가이자 퍼포머는 벼락처럼 나타난 10대 스타 수 십 명보다 갖기 힘든 존재다. 과거의 영광에 박제되지 않은, 언제나 지금을 걸어가는 보아의 묵묵한 발걸음이 그래서 더 귀하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https://www.ize.co.kr/articleView.html?no=202008271119726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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