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가 평범이 좋아할 때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성택이가 위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평범이한테 알리는 게 평범이한테 궁극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평범이가 상처 받을까봐 도저히 말 못하겠다고 하잖아.
철진이한테 흔들렸던 순간도 철진이가 '네가 힘들어 하는 거 보기 싫어서 그랬어.'라고 말했을 때, 민우가 싫어하는 햇볕 쬐지 말라고 자리 바꿔 줬을 때임. 반대로 철진이한테 '와 씨발' 했을 땐 고소공포증 알면서도 창가로 끌고 갔을 때지.
민우가 생각하는 사랑은 상대가 아프지 않게 다치지 않게 힘들지 않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인데 재현이가 녹음했던 당시에 재현-철진 대화 내용이 진짜 배신감 버튼 그 자체임.
재현 : 너는 애초에 김평범이랑 선배가 가망없다는 거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이런 자리에 온다는 임민우 말리지도 않고 선배가 조급해하도록 희망주고 부추겼던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선배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아니면, 그 끝에 임민우가 차이는 순간을 기다리기라도 해? (중략) 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슬픈 게 좋은가 보네.
철진 : 슬프고 기쁘고 과정은 중요하지 않아. 난 어떻게든 임민우가 알았으면 해. 내가 말해도 도통 믿질 않잖아. 그럼 직접 경험을 해서라도 본인 자리를 깨달아야지.
민우가 얼마나 상처를 받든 말든 여기가 니 자리다 알려주겠다고 평범이한테 개쎄게 차일 판 꾸려놨다 생각 들 거 아냐. 술 마시고 힘들어하는 거 매일 데리러 온 거까지 기만이고 조롱처럼 느껴졌을 것. 심지어 재현이 카톡 온 타이밍이 기가 막힌데 내내 철진이 밀어내다가 겨우 조금 마음 흔들릴 때ㅠㅠㅠㅠㅠㅠㅠ
사람은 누구나 자길 통해 세상을 보잖아. 민우에게 사랑은 상처 주지 않는 게 사랑인데 박철진은 임민우가 상처 받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니 민우 입장에선 쟬 믿을 수가 없지. 또 속았구나 생각만 들지.
근데 저 말을 또 철진이 입장에서 보면 완전한 사랑 고백이기도 함. 박철진에게 사랑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거잖아. 임민우가 기쁘건 슬프건 다른 누굴 좋아하건 박철진이 생각하는 '예전과 같이' 있어주면 된다는 거임.
수용이랑 가족 얘기할 때 보면 "그 마음을 아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하게 돼. 감정은 시간만 지나면 희미해지는 거잖아. 순간의 서운함 때문에 더 큰 것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 같아." 같은 소리 하잖아. 그니까 얘한텐 슬프고 기쁘고 이런 것보단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게 더 중요한 거야. 둘이 생각하는 사랑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서로 그걸 모르고 이해도 못하고........ 이런 점이 둘 다 사랑 앞에 어리고 미숙하게 느껴져.....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사랑한 건데 여기에 완벽한 불통이 더해져 지금 오해와 애증으로 얼룩진 관계 됐잖어 ㅠㅠㅠㅠ
생각할 수록 마음 괴로운데 그래서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