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물 #잔잔물 #짝사랑물 #외유내강수 #단정수
2. 후기
플투비에 대한 이야기들을 솥방에서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플투비라는 작품은 남의 속도 모르고 짝사랑 대상을 자신의 가게에 데려오는 공을 바라만 봐야하는 순한 짝사랑수의 고난기였음. 하지만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치영 씨는 자신의 사랑을 마냥 애달파하거나 제 몫이 아닌 사랑을 탐내느라 마음을 다치는 스타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음.
게다가 조금만 잘못 힘이 들어가도 ‘짝사랑 대상이 짝사랑하는 인물’은 얄밉거나 이기적인 캐릭터가 되기 쉬운데 준영 또한 노력했음에도 의건의 옆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님을 알 뿐인 담담한 인물인 점이 좋았음.
보통 작품들을 읽을 때 감정선에 몰입하며 읽게 되는데 플투비는 조금 다르게 읽혔음. 아마 내가 치영 씨라는 인물에 첫 눈에 반해서였겠지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치영 씨의 하루하루를 알 수 있어서 행복했음. 치영 씨가 매일매일 욕심 없이 차분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일상을 들여다보는데 그 안에 의건과 준영, 강희 같은 몇몇 인물들이 나타났다는 감각으로 이 소설을 읽음. 내 손 안에 어느 세계로든 이동 가능한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당장 치영 씨의 곱창 가게에 가서 1인분에 9000원인 야채곱창 한 그릇에 차가운 맥주와 보리차를 곁들이고 싶을 정도로 치영 씨의 세계는 좋아보였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1권 초반부에서 ‘갓 지은 냄비밥에 양념장을 얹은 날계란, 나물무침, 어제 팔다 남은 곱창 조금’으로 치영 씨가 식사를 하려 할 때 의건도 합류하는 모습임. 치영 씨는 대충 때운다고 말했지만 저렇게 단촐하고도 정성이 느껴지는 식단으로 매끼니를 먹으며 살아갈 치영 씨의 성실한 삶과 그 삶에 천천히 스며드는 의건의 모습을 상징하는 장면 같아서 좋아함.
작품에서 나타나는 의건과 준영, 강희의 관계를 통해서도 삶을 배움. 사실 준영은 전형적인 ‘구찐사’이고 보통은 어떻게든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형태여야 ‘사이다’를 느꼈을 것 같음. 하지만 의건은 치영 씨 때문에 준영과 강희에게 폭력을 저지르고도 관계를 비틀지 않았고 준영과 강희 또한 나중에 귀여운 방식으로 해소되는 마음의 앙금은 남길 지언정 서로의 곁에 친구로 머뭄. 이 또한 제목이 나타내는 ‘Place to be’로 각자가 머물 곳을 서로 함부로 없애지 않고 곁에 남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풍경이라 인상 깊었음.
3.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