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연인 #청게 #첫사랑 #파일럿공 #경찰수
2. 후기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물릴 때가 있는데 나한테는 헤테로공 짝사랑수가 나오는 작품들이 그랬음. 특히 우정이 너무 소중한 나머지 ‘니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헤테로공들을 좋아하지만 많이 질렸음. 이런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파이브 바이 파이브를 읽을 작품으로 고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읽기 시작한 후에도 이지훈한테 거부감이 있었음.
2권 읽을 즈음에 이지훈에게 물음표를 띄우기 시작함. 얘는 그냥 지선욱을 사랑하는구나 싶었음. 사실상 무자각도 아니고 이미 자기 마음을 알고 지선욱을 “사랑”하는 것도 스스로 알지만, 그 사랑은 단순한 연애 감정 혹은 우정을 초월한 더 큰 사랑이라 애초에 굳이 뭐라 명명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았다고 나는 느꼈음. 하지만 언어로 무언가를 규정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중요한 행위이고 실제로 지선욱이 이지훈에게 느낀 성애적 사랑을 그 자체로 서로 인정하는 것 또한 이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절차였다고 생각함.
벨에서 흔히들 말하는 쌍방 삽질 구간이 20대 시기에 걸쳐 있는 걸 나는 그냥 그 젊음이 아까워서 싫어하는 편임. 하지만 이지훈과 지선욱이 서로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 할 줄을 모르면서 보낸 시간들, 서로가 있어서 각자의 삶을 버틸 수 있었던 구간들이 꼭 삽질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3살의 이지훈이 담긴 가로 1m 세로 2m의 사진 앞에 현재의 이지훈과 지선욱이 서있었던 순간임. ‘이리저리 널려 있는 책들’ 때문에 정신이 없고,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잔뜩 불여져 있는 달력이 무수한 할 일을 알려도, 23살의 이지훈을 끄떡없이 웃게 만든 누군가와의 통화, 그 통화 덕분에 터트린 웃음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함. 나를 포함한 모두의 삶에 저렇게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순간이 꼭 있기를 바라게 되었음. 이지훈과 지선욱의 순간처럼 사진으로 촬영되어 기록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이지훈과 지선욱 둘 다 참 성품이 좋은 갓생러라서 후기를 쓰는 지금도 사실 살짝 낯가리는 중인데, 이런 둘의 사랑이어서 파바파라는 소설이 지닌 단단함이 빛를 발한다고 생각함. 지나간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지선욱의 사려 깊음 같은 것들이 참 좋았음. 하다 못해 황급히 떠난 사람의 흔적을 챙기고 작은 마음까지 보태어 돌려주는 김수빈 선배의 마음이나 도망치고 또 도망치다가도 자신을 마주한 최혁준까지도 나는 좋았음.
3.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