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 #왕족 #숙부공 #조카수 #금단의관계
2. 후기
난영이 어릴 때 이야기의 비중이 생각보다 커서 초반부 읽을 때 살짝 루즈하다고 느꼈음. 그런데 다 읽고나니 첫 돌 돌잔치 때 다른 무엇도 아닌 숙부의 손가락을 잡았고 이후로도 마음 둘 곳이 숙부밖에 없었던 난영이이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 따라 쌓는 서사가 중요했다고 깨달음.
숙부 이태록 씨 대사들이 하나 같이 찰지고 텐션 높아서 진짜 좋았음. 내뱉는 말마다 형광펜 긋게 만드는 타입. 다만 작품 중반부 넘어서부터는 태록의 말들 때문에 헌의대군이기도 한 난영이가 시름시름 앓는 게 느껴져서 별로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음. 이 부분에 대해서 화대와 노리개 관련 대화하다가 난영이의 가라앉은 마음을 느낀 이태록이 “좀전엔 내가 실언하였습니다. ... 이 노리개는 내가 가져가겠습니다. 이것보단 조카님이 귀하다고 항시 염두에 둬야겠으니.”라고 말하는 장면 좋았음.
난영이 헌의대군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건 상상도 안 해봐서 신선한 결말이었음. 박제된 대군의 삶에 환멸을 느끼던 태록은 삶에서 무엇보다 원하는 것이 생겨 (헌의대군이 임금에게 한 요청으로 인해 운신의 폭이 훨씬 좁아진) 대군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한평생 얌전히 대군으로만 살아갈 것 같아보였던 난영이 대군으로서의 생을 포기하는 교차 지점에 둘의 사랑이 있다는 사실이 멋졌음.
숨겨도 절대 숨겨지지가 않는 사랑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게 되고야 마는 게 인상적이었음. 임금의 말마따나 매일매일 죄를 범하고 속죄할 태록과 난영의 ‘평화와 온기로 가득한 나락’이 정말 좋음. 얼른 외전을 읽어야 이 나락을 목격할텐데 나는 이 작품이 너무 좋아서 한 템포 쉬고 아껴 읽으려고 함.
3.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