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공 입장에서 전개되어서 공 캐릭터 정말 다면적이고 인간적인데 마지막에는 그래서 지이가 이안에게 끌릴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난 진짜 이안 너무너무 흥미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꼈음. 귀족에게도 서민에게도 증오받는 부르주아의 삶이라니....?! 아 나는 전쟁 전후로 이리저리 박쥐처럼 붙어다니는 기회주의자들 별로 안 좋아하는게 자꾸 일제강점기 그즈음이 투영돼서 그렇거든? 근데 작가님이 그런 게 전혀 안 떠오르게 시대상 묘사를 잘하시더라. 초반에는 본인이 클로비스의 사냥개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떠들더니 마지막에는 같이 지옥에 있어주겠다며 클로비스에게 다시 돌아오는 이안. 그저 어쩔 수 없는 운명공동체처럼 굴더니 클로비스한테 자기를 자식처럼 대하지 않았냐며 따지는 이안 정말 먹먹하더라. 이안 제일 좋았던 점은 이 새끼는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했을거고 똑같이 아파했을거야. 지예드도 이안도 인정했듯이 둘 사이에서 항상 손을 먼저 놓는 건 이안인데 결국에는 끝끝내는 뒤돌아보는 것도 이안이라 좋았음. 이안 본인은 행운의 신이 자기를 비호한다는 듯이 굴고 늘 충동적이고 즉흥적이었다지만 결국에는 외면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매력적이었어.
그리고 지예드...!! 외전에서 마법사인 동시에 귀족 태생이라 동지들이 겪지 못한 불우한 삶에 대한 열등감 느끼는 거 생각지 못한 표현이라 재밌었음. 태생부터 죄인이라 사는 내내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나마 행복했을 시간이 이안은 일이라 생각했던(본인을 그렇게 속이던) 그 3개월 같아서 짠해 (˘̩̩̩ε˘̩ƪ) 그것마저도 동지들과 선생님에 대한 죄의식을 가졌던 지이ㅠㅠㅠㅠㅠ 체념이 일상화돼서 이안의 배신으로 발목이 나간 것조차 본인의 이명 불카누스에 새겨진 운명이었다고 넘어가는 것도 진짜 미치겠음. 근데 이게 외전에서 불카누스-베누스로 넘어가서 이안이 자기 미의 여신 아니냐고 하는 것까지 갓벽한 관계성이었당.
나는 이안이랑 지이가 둘 다 첫눈에 반했다고 생각하는 게 서로의 영혼에 새겨진 검은 공동에 공명했다고 봐.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을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이끌린 거라고 생각해. 이안이 일기장은 자기 기만의 도구라고 기만하지 않기 위해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연정을 지워버린 것만 봐도 얘네는 그 때 연애를 한 게 맞아. 아무튼 맞아 ༼;´༎ຶ ༎ຶ`༽
인상 깊은 장면 정말 정말 많았는데 떠오르는대로 적어보자면(시간순은 아님)
이안이 크리스틴 이야기 해주면서 자기의 모든 좋은 것은 크리스틴 모렐의 죽음과 함께 묻혔다며 제발 사랑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면서 본인의 책임으로 여기는 발목에 숭배하듯이 입맞춘 씬. 사랑은 없으나 책임감은 있다면서 지예드의 발목을 자기 책임이라면서 동시에 그 발목에 욕정을 느끼던 거 진짜 짜릿하고 좋더라ㅎㅎ 그리고 더 뒤에서 지이가 독백으로 이안 너는 모르겠지만 나도 너에게 줄 좋은 것은 이미 없다고 하는 것도 좋았어.
클라리사가 자기와 이안의 관계 지예드한테 말하던 씬. 클라리사 남편이 전쟁 중 이안의 상관이었다는 거 알게 됐을 때 와 이안 미친새끼 진짜 부부랑 쌍으로 잤냐? 진짜 문란한 놈 ㅇㅈㄹ 하다가 저 씬에서 서사 나오면서 넋부랑자가 되어버렸어요... 어떤 종류의 허망함은 타는 듯한 열망으로만 달랠 수 있다는 문장이 뒤에서 나오는데 클라리사-필르아주 백작- 이안 이 셋의 관계 흥미롭고도 서글펐음.
위에서 이미 적었지만 클로비스 자기 손으로 망명 보낸 이안이 제국에서 사람들의 얼굴에 비친 자부심과 뿌듯함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지예드 때문이 아니라 클로비스를 위해서 다시 돌아온 씬. ㄹㅇ 애증 그 자체였음. 아무리 그 사람의 발자취에 실망했어도 좋아하기 때문에 지옥을 같이 견디려고 돌아온 이안 끝까지 클로비스 옆에 남아서 더 매력적임.
클라리사 이야기 듣고 타운하우스에서 자기 기다리던 이안 보자마자 지예드가 죽은 사람들 잊혀지냐고 물으면서 그에 위로받았던 씬. 보자마자 너무 먹먹하더라. 별 말 없었는데도 그 긴 세월동안 둘 다 그 상실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아등바등한게 너무 느껴져서 너무 슬펐음.
그거 말고도 좋았던 거 진짜 진짜 많았는데 뭔가 정리되지 않았음. 진짜 너무 너무 재밌는 이야기였당... 작소 보고 작품 분위기 너무 무거울 거 같아서 시도하기 힘든 작품이었는데 생각보다 초반에 내 생각보다는 가볍고 술술 넘어가더라. 오열하지는 않았지만 가슴 한편이 먹먹해지는 이야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