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이야기에서 제일 이기적이고 제일 독종인 사람은 백영소라고 생각함. 그 무지막지하고 폭력적인 헌신에는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존중도 이해도 본인에 대한 연민도 없는데 본인이 그걸 뚜렷하게 인지하면서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단 저의 마음을 절절하게 울렸고요. 세상물정에 대해서 잘 몰라서 순진한가 싶다가도 인간들의 탐욕과 욕망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초연해서 윤재 빼고는 그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강한 인간이라 더블로 좋았고요 (˘̩̩̩ε˘̩ƪ)
솔직히 윤재 아무리 개빡쳤댔지만 손 올리는 거 진짜 찝찝했는데 외전에서 영소가 너는 나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잘못한 걸 수복하려 들지 말라면서 거대한 애정으로 용서도 구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너무 좋았음. 그런데 또 그와중에 애정에 무너져서 윤재한테 용서해줄테니까 사과하라고 외치는 것도 미쳤음.
윤재가 만신이니 류관사니 안 믿는 거 류관사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고 특히 영소는 윤재 목숨 잡으려고 그렇게 하면서도 믿지 않는 거를 답답해하지 않는 게 이 소설의 고구마 포인트를 많이 희석시켰다고 생각함. 메인 캐릭터들이 답답해 했으면 독자도 그랬을텐데 그거에 초연하니까 나도 그러려니 하게 넘어가게 된 듯. 그리고 윤재 혼자 믿지 않았기 때문에 오롯이 영소 그 자체에 대해 걱정할 수 있었던 것도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함.
그런데도 윤재가 진짜 끝의 끝의 끝까지 안 믿는 거 벽 아닌가 싶었는데 그걸 다 믿게 되면 본인이 영소의 헌신에 의해서 목숨을 이어가고 있고 본인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거 보고 진짜 머리가 띵했다. 작가님 어케 이런 설정을....!! 윤재로서는 아무리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대도 믿고 싶지 않았을거야ㅠㅠㅠ 어케 내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밟고 서 있는 상황을 믿어야 하는데ㅠㅠㅠㅠㅠㅠ 이건 더 이상 무신론과 유신론의 경계가 아닌것이여ㅠㅠㅠㅠ
윤재 근데 진짜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진짜 찐사임... 그 오랜 세월동안 사이비 신앙에 세뇌된 집단이라고 믿고 영소의 감정에 대한 의심을 품고 냉대를 받으면서도 끝까지 영소 안 놓은 거 진짜 ㄹㅈㄷ 오브 ㄹㅈㄷ 찐사임... 어케 사이비라 믿으면서 사랑하냐고...
이 8년간의 전쟁 같은 사랑 이야기에서 누가 제일 안쓰러웠냐면 단연코 영소인데 그 동안 제일 고통받은 사람은 윤재라고 생각함. 영소는 적어도 윤재 목숨이라는 제1의 목표가 있었고 윤재가 본인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윤재는 영소가 어느날은 자기를 사랑하는 거 같은데 어느날은 본인은 그저 객인가 싶을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도 놓을 수 없고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 분노에 못이겨서 실컷 패고 나서 그 얼굴 보면 혼자 또 자괴감에 미쳤을테고 영소를 사이비 집단에 세뇌된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돈과 권력이 부족해서 거기서 빼올 수 없다는 현실에도 절망했을 거 같고 혼이랑 별개로 정신에 가장 큰 생채기는 확실히 윤재가 제일 클 거라고 생각함.
그런데도 불구하고 백영소 이 독종 진짜 개이기적이고 개잔인하고 개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핸들이 고장난 에잇톤 트럭 사랑인데 그게 너무 납득이 되고 아 나라도 저걸 선택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소 보고 엄청 울었음ㅠㅠㅠㅠㅠ
외전에서 내가 본편에서 약간 찝찝하고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한 보충 설명이 엄청 잘 이루어져서 이번에 외전 나오고 전권 결제한 거 개큰만족중임!! 그리고 나는 사실 그루님 신작에 애증 키워드 붙어서 엄청난 고구마 잘 못 보는데도 각오하고 읽었는데 (전작을 인터미션만 봤음) 고구마 없이 찌통만 오지게 오는 애증이라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음!!! 다들 츄라이 추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