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좋아했던 화가들의 사조처럼 화풍이 파괴적이고 해체적인 것들에 끌렸었음
강주한에게 (아마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겉보기식 평탄에 작은 부품처럼 자기를 집어 넣기 전에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싶고 해체 시켜서 무로 돌리고 싶은 치기어린 욕구가 존재했을 것 같음
그러나 그 집중적인 시간을 소화한 후 마치 무대에 오르는 배우처럼 자기가 살아가는 세계의 ‘주의’들 앞에 자기가 맡은 바를 실행하겠다는 그리고 이왕이면 아주 잘 해내겠다는 의지가 덧대어 졌겠지
강주한은 이 단계에서 자기 안의 자유나 행복 해방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고 그 대신 안전함과 쓸모와 인정의 세계를 삶의 기준으로 삼았고
그런데 시간이 흘러 하선우를 사랑하다보니
하선우는 강주한이 일찍이 버린 것들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강주한이 승계에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잘라낸 것들이 삶을 타인과 구별짓고 깊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필수덕목이었던 것임
강주한은 그 모든 걸 일찍이 버려서 그 외의 전부를 선우에게 주겠다고 하는데도 선우가 진짜 필요로 하는 펄떡펄떡한 ‘상처받을 수 있는 심장’은 줄 수 없었던거임
선우라는 존재에게 그것을 수혈 받은 후 강주한은 똑같이 창작을 통해 무언가를 박제하거나 블로킹하고 싶은 원초적인 본능을 느끼지만
이전의 파괴적인 욕구와 달리
강주한의 남기고 싶고 도달하고 싶은 순간은 하선우의 표정, 몸짓, 말투 즉 행복한 한 남자가 행복한 또다른 남자에게 내보이는 온갖 연약하고 보드랍고 찰나적이고 따끈따끈한 일상의 모습임
강주한에게 없었고 선우를 통해 알게 된 행복의 순간들이란 그렇게 소박한 모습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고
이제 미학을 공부한 강주한의 심미안에 하선우라고 통칭되는 사랑과 행복은 그것이 여기에도 / 나에게도 있었다라고 기록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것이라는게
그는 탐욕으로 하선우를 망치지 않고
사랑으로 하선우 옆에 같이 서기를 바라고 그 이루어짐에 감사하며
오늘처럼 영원을 살아갈거라는게 나를 항상 눈물나게 함
주한선우의 오늘이 앞으로에 대한 확신을 나한테도 줌
내가 도둑들 사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