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처럼 세상 모든 게 내 발밑에 있다고 착각했던 적이 있다. 노력하기만 하면 다 뜻대로 흘러갈 거라는 안일함에 젖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모른다. 세상이 생각보다 모질다는 걸.
정말 중요한 걸 뺏겨야 깨닫는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정말 중요한 건 큰돈 같은 게 아니다. 나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나서야 그걸 알았다.
밑 빠진 삶을 모르는 오만한 아이 앞에서 나는 다시 실소를 흩뜨렸다.
“대표님은 세상사 다 대표님 맘대로 풀리실 것 같죠. 대표님이 똑똑하고 일 잘하니까. 돈도 노력만 하면 맘대로 다 벌 수 있고.”
“능력 있고 노력하는 사람을 누가 이겨. 그건 당연한 거다.”
“대표님은, 사업하고 돈이 전부죠. 근데 아니요. 저는… 그런 걸로 사는 게 아니거든요.”
나는 학원 차를 뒤쫓아 달려오던 싱그러움을 떠올렸다. 차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오르막 내리막마다 맺혀 있던 그 웃음을 떠올렸다.
“저는 돈 말고 다른 걸로 살거든요. 평생 남는 거… 절대 안 잊혀지는 거, 절대 배신 안 하는 거….”
셔플댄스를 추던 맨발목도 떠올렸다.
“저는 그런 걸로 살거든요. 그게 진짜 남는 거지. 돈은… 모자라도 상관없는데.”
그리고 그 끝에, 상처 입은 회색 맨투맨과 바다 물빛이 번진 얼굴이 떠오르고야 말았다.
나는 잊지 못했다. 하나도 잊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