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하다. 힘도 못 돼 주고.
🐶 실장님이 뭘 잘못했다고 미안하대.
🧔 아무리 급했어도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게 아니었는데. 슈장본이 그렇게 일찍 품절이 될 줄은...
🐶 됐어요. 다 지난 일이고 내가 자초한 거니까.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맥주를 놓고 돌아가던 종업원이 연신 두 사람을 힐긋거렸다. 기껏 쓰고 나온 모자도 별 소용이 없는 듯했다. 강 실장은 긴 한숨을 쉬더니 허심탄회하게 물었다.
🧔 3개월 나와서 살아 보니까 어때. 슈장본, 중고도 안 나오고 뾰족한 수 안 생기지?
애초에 대답을 기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백상희도 입을 다문 채 애꿎은 잔 표면만 긁어 내렸다. 잠자코 지켜보던 강 실장은 그러지 말고 건오야, 하면서 재차 그를 설득했다.
🧔 어머님께 연락드려.
🐶 그 여자 얘기는 왜 자꾸 꺼내요. 얼굴 안 본 지가 몇 년짼데.
🧔 지금 슈장본 구할 수 있는 사람, 아무리 봐도 그분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핏줄이잖냐. 재벌가니까 아무래도 슈장본 구할 길이 있으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