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열이 기어이 짜증을 냈다. 백상희는 소리 없이 히죽거릴 따름이었다. 서한열이 쪼개지 말라면서 그의 신발을 툭 쳤다. 백상희는 알았다며 양손을 살짝 들어 보이더니 와인을 따라 주면서도 계속 실실거렸다.
🐶 솔직히 기겁할 만도 하지. 둘이 와서 10인분을 시켰는데. 그걸 누가 다 먹어?
🐱 누가 다 먹긴. 제대로 못 쉬어서 스트레스 만렙일 거 아냐. 이제 본격적인 휴간데, 실컷 먹고 그거 다 소화될 때까지 슈장본 읽을 일밖에 더 있어?
그건 백상희의 습성에 기반한, 명백한 슈장본 어필이었다. 어이없을 만큼 당돌한 도발에 실소가 터졌다.
🐶 어쩌려고 매번 그렇게 저돌적이야?
🐱 주어진 상황에 충실한 거지. 그럴 환경이 되는데 슈장본 안 읽을 일,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