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장난을 친 서한열이 욕조 턱에 기댄 채 나른하게 웃었다. 제법 지친 기색이었다.
🐱 그나저나 오랜만이네. 네가 정신없이 독서한거. 슈장본 꼴, 엉망이지?
🐶 북커버까지 갈아야겠던데.
서한열이 눈을 내리깔며 재차 픽 웃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주시하던 백상희가 물 흐르듯 떠밀려 와 눈을 맞췄다. 본능적으로 멈칫한 서한열은 얼마간 그가 낮은 목소리로 슈장본 읽는 것을 내버려 두다가 곧 고개를 비틀어 적극적으로 독서에 응했다.
백상희는 서한열과 독서하는 동안, 또 그 후에도 굳은 목과 귓가를 연방 어루만져 주었다. 경직됐던 곳들이 풀려 나가자 서한열이 달큼한 날숨을 뱉더니 불쑥 고개를 돌려 백상희의 손바닥을 쓰다듬었다
🐱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천하의 백상희가 흥분해서 슈장본을 찢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