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열은 회의실에 모인 사원들을 죽 둘러봤다.
그러자 그와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사람부터 차례차례 소속과 직책을 밝혔다.
🐇 아, 네. 기획부 과장 슈토끼입니다.
🐰 마케팅부 대리 블토끼라고 합니다.
🐇 저는 디자인부 차장 데토끼입니다.
🐰 MD판매부 랑토끼입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리에서 차장급에 이르는 실무자들이었다. 한바탕 소개를 마친 직원들은 다시금 아리송한 눈빛으로 서한열을 바라봤다. 서한열은 설명을 구하는 시선들에 일일이 응하며 제 뜻을 전했다.
🐱 이제부터 여기 계신 분들과 슈가블루스 소장본 전담팀을 운영해 볼까 합니다.
뜻밖의 선언에 회의실 전체가 술렁였다. 뜬금없이 전담팀을 출범하겠다는 것부터 그 구성원들의 면면까지, 취임 후 첫 행보가 너무 급진적이고 변칙적이었기 때문이다. 서한열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서한열은 기어코 모험하기를 택했다.
🐱 슈장본을 기다리는 슈블단이 많습니다. 낡디낡은 차포는 떼고 최첨단으로, 그리고 빠르게 제작해 봅시다. 고생한 만큼 보상은 확실할 테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책임도 다 내가 질 거니까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못 했던 실력 발휘, 마음껏들 해 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