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한은 높이를 추구하기를 이어받은 인물임
홍콩에서 하선우는 노포에서 엘텍의 간판을 올려다보지만
엘텍의 전광판이 눈높이로 맞춰진 호텔에서 강주한은 더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지
강주한이 선택한 쓸모의 영역은 온통 그를 위로,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부추김 그리고 강주한은 그것을 자기의 의무로 일찍 받아들임
그러기 위해 그가 묻어둔 것들의 공간이 지하실임
그 곳에는 분노에 가득찼던 소년기도
집안 식구들과 소통이 불가능해 자기 자신에게로 골몰하던 시기도
행복의 미지가 아닌 확실하게 만져지는 쓸모를 위해 놓아버린 그림에의 욕구들도 가둬져 있음
지하실은 그저 빈 공간이 아니라
강주한이 강주한으로 성장하며 벗겨냈어야 했던 과거의 허물이자
제 손으로 버려버린 가능성들의 무덤임
강주한은 그 공간에 하선우를 속박하기 위해 끌고 옴
자기로 물들이기 위해
추저분한 세계의 뒷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 않고
그만이라고 해도 그만할 수 없는 시간성은 강주한이 부여받은 쓸모의 시간성이기도 하니까
창문이 없어서 밖을 확인할 수 없는 폐쇄 된 지하실은 마치 무덤 같지
지하실에서의 밤이 3일인 건 우연만은 아닐 거임
하선우는 과거 심내막염 수술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말함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죽었다 살아났으니,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지하실의 공간 속에서 하선우는 자기가 몰랐던 자기의 모습을 억지로 깨움 당함
피하고 싶었던 한계, 거부 끝에 매달리는 낯선 모습,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는데 지나치게 순종적인 모습
강주한은 지하실에서의 3일을
하선우가 외부와 이어지고 그들로부터 공급 받는 안전한 상식선에서 한 번 완전히 개조되는데에 자기를 쏟아부은 것임
아마 이 날 자신은 하선우의 핵심 영역을 물들였다고 확신했을 것
같이 죽었다가 같이 되살아나는 기분
안전한 추락사의 심상으로 스키를 타던 어린 시절의 강주한은
하선우와 함께 지하의 방에서 가장 낮은 침대 위로 함께 떨어지는 것임
ㅇㄹㄱㅈ을 외국에서 작은 죽음이라고도 말하는데
폐쇄 된 지하 밀실에서의 끝없는 오르가즘은 이성의 죽음과 닿아있으니까
너무 풍부한 이미지들의 집합임
그래서 315에서 하선우의 몸살은 마치 어릴 적 수술 (생과 사의 경계) 때 처럼 엉킨 실타래를 불러오고 무엇을 고쳤는지 무엇이 망가졌는지 모른 채 혼미해지는 상태로 넘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