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게임에 도피해 게임 폐인처럼 사는 선우만 무기력을 겪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완벽히 수행하는데 개인을 지탱하는 의미의 영역을 방관하는 것도 무기력의 양상임.
하선우가 게임 속 존잘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고, 부르고, 부탁하고 그걸 들어줄 수 있는 능력치(운영 능력치)가 게임내에 있지만 창을 끄면 사라져버리는 피상적 세계의 밝음이듯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불로 만들어내는 환영처럼)
강주한이 거머쥔 스포트라이트와 사람들의 기대와 선망에 찬 시선들은 강주한의 쓸모와 그에 따른 효용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그의 지하실(심연)을 밝혀줄 수 있을만큼의 빛은 아님.
두 사람은 전부 상실 후 (특허의 상실 사회적 지위의 상실 // 하선우의 상실 ‘의미’의 세계에 대한 상실)에도 복합적인 형태의 심리를 겪는거지
완전한 어둠 완전한 절망 이런 식의 단선적 장면이 아니라
그 무기력에도 빛과 어둠이 있고 둘은 그 와중에도 빛은 무의미한 타인들과 어둠은 혼자 버티고 있는 것임
왜냐면 그 어둠을 안온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평생 상대의 품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본편의 마지막 장면이 언제나 애틋하고 눈물 겨운데
이 잘난 남자 둘이 완전함을 느끼는 것이 서로의 품 안이고
그건 그들이 얻기 위해 평생을 쫓았던 공간 중 가장 작은 면적일 것임
그러나 끌어안은 상대의 등 뒤로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이력들이 세계만큼 넓게 딸려있겠지
가장 먼 자리에 선 사람이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서로를 포옹하는 접촉의 시간까지 그들은 사랑의 순례를 했다
성장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