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입을 뗀 원덬이 눈이 휘어져라 웃으며 말했다.
웃으면서도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그 서늘한 눈빛을, 벨덬은 몇번이나 보아도 적응하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으..응...생각 중이야..."
언젠간 반드시 너에게 복수하리라. 그 재수없는 얼굴이 절망에 가득찰 상상이 너무 달콤해 벨덬은 볼 안쪽을 씹어가며 소리쳐 웃고싶은 욕구를 참아야 했다.
"내 말이 우스워?
가만 보면 항상 대답은 잘하는데 막상 시킨 일은 절대 안한단 말이야?"
죽어버려 미친 새끼.
하지만 벨덬이 힘을 기르기 전까지는 이 놈이 방심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잠깐만 놀아주는 거야... 괜찮아...
내가 읽은 작품 중에 그를 만족시킬 만큼 피폐한 것이 있었던가? 없더라도 상관 없었다.
그가 물어본 이상, 벨덬은 그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처지였으니까.
대체 어떻게 답을 해야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고민 끝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 피폐작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