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들과 너는 달랐던 것 같아 현아 초봄의 기운이 무성할 무렵 널 처음 만났어 새학기의 설렘과 어색함이 공존하며 묘한 긴장을 만들어 낼 때였어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너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 너는 참 하얗고 말 없고 고요한 아이였는데 이상하게도 네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 그때 난 어렴풋하게 깨달았어 내 일상이 앞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하겠구나 그날부터 너에게 말을 걸고 싶었어 내가 너를 살피는 많은 순간에도 너랑 눈이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는데, 아 저 애 참 무심하다는 생각보다 참 저 애 답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상하지 너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었는데 어느날 네 책상 아래에 지우개가 떨어져있었을 때 난 용기를 내서 네게 다가갔어
민망하게 웃으며 이거 떨어졌어 하고 지우개를 주워줬는데, 가끔 그날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창피하기도 해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는 없었을까 그래도 현아 내가 만약 그날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