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에 점심시간마다 국은 친구들이랑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고
안은 창가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그림을 그렸으면
처음에는 주제 없이 그리던 그림으로 채워지던 스케치북이
차츰 국이 축구하는 모습이나 웃는 모습이나 아무튼
창밖으로 보이는 국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지면 좋겠다
축구 마치고 올라와서 잔뜩 상기된 얼굴로 국이 뭐 그렸어? 하고 물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고개 저으면서 스케치북 덮는데
국은 안이 자기 그리는걸 마지막까지 모르고
안은 그냥 생동감 넘치는 친구를 그리는 게 즐겁다고 느끼고
아무튼 졸업하고도 버리지 않고
안의 집 작은 상자속에 국으로 가득 채워진 스케치북이 몇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