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한의 분노가 너무 이해 되는 게
그 미친 218 219 220 223 등을 통해서 물들였다고 생각한 타이밍임
하선우랑 연애 극초반의 자존심 다툼을 겪고 속내를 서로 나누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 타이밍
유난히 강주한이 자기 비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부분이
그런 발언이 선우의 약한 마음을 흔들거라는 그의 직감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강주한 본인은 하선우에게 무엇을 더 주며 매혹하는 사람임에 반해 하선우의 과거 짝사랑 대상이었던 문도일이 현재 처한 상황은 빼앗긴 자의 위치에 가까운거야
받는 걸 어색해하고 불신하던 하선우가 강주한의 삶으로 끌어올려지는 것보다 문도일의 결핍 상태에 대해 훨씬 더 즉각적으로 연민할 것임을 강주한은 본능적으로 느낀거고
자기 감정의 약자성을 어필해서라도 (강주한이라는 상징적 기업인이 만든) 문도일의 상처 뿐 아니라 하선우가 만든 자기의 상처를 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
특히 이번 트레는 시작부터 구두 발소리가 강조되서 표현됐는데
삼자대면에서 강주한의 구두 발소리와 그가 직접 본 문도일의 운동화는 두 사람이 어떤 대척점에 선 인물인지를 그냥 그 컷만으로 조용히 주장해줌
나는 주차장에서 내가 정말로 화가 났다는 생각은 왜 못 하냐는 강주한의 말처럼 계산보다는 즉각적인 분노라고 봤어 근데 그 연유가 질투와 불안인
내 사람인 하선우가 문도일을 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아님
문도일의 등장이 강주한이라는 인물의 삶의 방식을 불신하는 하선우의 본래적 성미를 자극할 수 있을테니까
아 이런 걸 여러겹의 레이어로 쌓아서 성적 긴장감으로 읽어도 재밌고, 실존적인 불안과 분노로 읽어도 재밌고, 더 가진 인간이 쥔 게 없는 인간에게 느끼는 남성으로서의 질투로 읽어도 재밌고 존맛이다 진짜
뽕이 빠지질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