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건 아니지만 보고난 생각 정리할 겸 씀! ᕕ( ᐛ )ᕗ
쓰기 전에 벨방에서 문체 관련한 언급을 봤는데
우선 문체는 개인적으론 호였어.
극도의 문어체 느낌인데, 사용하시는 단어가 흔하지 않은 것들이 종종 있더라고 (민틋, 옹울, 긍휼, 성열, 등등)
근데 이런 어휘 사용이 작품 배경이랑 잘 맞고(나이 지긋한 노인과 중년 이상인 사람들의 보호 아래서 자랐다는 설정이나 사는 곳이 한옥이라거나 하는 점들) 모르던 단어도 알게 됐고+검색하고 나니 수의 상황에 적절하게 맞단 생각도 했음
글이 대체로 전지적 수 시점인데 (공시점도 가끔 나오지만)
사실 열아홉에서 갓 스물이 된, 어린 인물의 심리를 잘 따라가기 힘들 수 있는데, 애가 시시때때로 맹랑한 것과 별개로 대체로 얌전하고 순해서, 결국 구사하는 언어는 예의 발라서 (어르신과 살았다보니) 인물에 대한 이해가 조금 수월했던 것 같고
그런 와중에 공 한정으로 조금조금 보여주는 그 나이 같은 모습이 더 귀여웠어 ㅋㅋㅋㅋ
처음 마신 술에 홀랑 빠진 거 너무 스무살 그 자체였고 ㅋㅋㅋ
그리고 공은
되게 특이한 캐릭터인데 ㅋㅋㅋㅋㅋ
모난 것 같은데 막상 따져보면 아니고
정중한 거 같은데 미묘하게 껄끄럽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론 말이나 행동이 전부 다 다정한 사람이란 결론?
+근데 똑같은 대사도 수 시점에서 들을 때랑 공 시점에서 들을 때 느낌이 확 달라서 (공이 충분히 수를 예뻐하는 게 티 나서) 공 시점이 더 있었음 싶었는데 많지 않아서 아쉬움...물론 많았으면 느낌이 달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흔히 말하는 따듯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는 느낌인뎈ㅋㅋㅋㅋ
꾸밈 없이, 필요한 말만 하는데 그 안에서 결과적으론 다정함이 느껴진다는 게 좋았음 ㅋㅋㅋㅋㅋ
정석적인 어른의 느낌이기도 했고
어른이라면 어느 정도 표현을 가다듬을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더 좋았어(더구나 상대가 한참 어리니까 더더욱)
또 보다보면서, 공은 수를 처음부터 끝까지(본편 기준) 화백이라고 부르고, 수는 직함으로(이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다가,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히고도 이름을 전혀 안 불러서(문장에도 인물들 이름이 거의 안 나옴+오히려 주변 인물들만 한두번 부름)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래서 조금 생각한 건데
처음엔 둘 사이의 거리감을 드러내는 요소였을 수도 있다+이후엔 (수가 어려서) 공 시점에서 표현을 검열한다는 언급이 있는데 그래서 일부러 편하게 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의도적으로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근데 나중에 마무리될 쯤에 이름 뜻이 나오고 그게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되니까 조금 더 진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외전에서 (수가 졸라서) 공이 이름을 불러주거나 드물게 반말하는데 그게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이건 여담인데, 존댓말공이라면서 지 맘대로 존대했다가 반말했다가 하지 않아서 매우매우매우 좋았음. 수가 조르면 결국은 져주느라 한두번씩 반말해주는 것도 극호였고)
그리고 공은 외전에서도 한결같은데, 그래서 일부러 태도를 다르게 하지 않아도 (본편처럼 화백이라고 부르거나 꾸준하게 존대해도) 결과적으로 중요한 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글이 전반적으로 잔잔한데, 큰 사건은
감응자를 만나서 스물이 지나기 전에 각인을 해야함
-이거 하나 뿐이어서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사람이 가진 결핍(혹은 결손이라고 작중에서 언급되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하고, 절망하다 또 노력하려고 엄두를 내는+그리고 그런 사람을 옆에서 덤덤히 도와주고 보살피는 장면이 세심하게 묘사되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사이사이 조금 생각할 만한 요소들도 있어서 좋았어
예를 들자면 앞이 보이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걸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간접적으로 겪는 기분이기도 했고.
스물을 넘길 수 없다는 타임 리밋에서 비롯되는 압박+각인이 상당히 불명확하고 복불복에 가깝다는 난해함+발견된 사례를 하나하나 시험하지만 거의 다 실패했다는 초조함이 수를 살짝 음울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작품 분위기가 마냥 가벼울 수 없고+문장을 구성하는 표현이 그런 느낌을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했음
본편 끝날 때가 되어서나 각인을 하는데, 충분히 짜임새 있는 마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외전이 기대한 거보다 더 좋았는데!!
본편에서부터 외전까지 한 인물이 고스란히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기분이라 (특히나 외전 마지막 에피가) 너무 좋았고
공은 사귀고도 말과 행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ㅋㅋㅋ (여전히 존대하고 수를 한 사람이자 화가로 예우해줌. 미자일 때랑 달라진 건 스킨십뿐!)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어
늦잠 자고 게으르게 구는 걸 한결같이 꾸짖으면서 햇빛이 방해되지 않게 커튼을 쳐주거나, 스스로 말한 (어린 수가 마땅히 누려야하는 여러 가능성 같은) 것을 고스란히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찐어른다정공이다 싶었고, 그래서 수가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졌음 ㅋㅋ
외전이라고 마냥 꽁냥꽁냥 달달하게 염천 떨지 않는데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감상이 들기도 했고.
그리고 컬러버스를 처음 봤는데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볼 수 있다는 게 이점이고
소소한 설정을 잘 하신 거 같아
쌍방 각인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 명만 증후군을 앓기도 한다는 점(수만 무채색 세상을 보는 것처럼)
각인하지 않아도 접촉하면 잠깐은 색을 볼 수 있는 점
그런데 각인하지 않아서 피치 못하게 후유증을 겪는 점
점차 내성이 생겨서(?) 더 내밀한 접촉을 해야하는 점
-등이 후견인/피후견인, 성인과 열아홉, 한명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바라고 상대의 배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거 같았어
꾸금 횟수는 적은 편인데 앞선 접촉이 충분히 텐션이 좋아서 크게 아쉽진 않았고, 다정공이어도 꾸금에선 조금 돌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사귀고도 스킨십에 더 관대한 게 수라는 점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호 요소였어
수는 어려서 딱 그 나이 같고, 공은 무의미해진 양심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거 같아서 웃겼음 ㅋㅋㅋㅋ
생소한 키워드라 주워들었는데 모처럼 재밌게 봐서 몇 자 쓴다는 게 생각보다 길어졌네
이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