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외전 새로 나온 건 알았는데 이 작품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외면하다가 그래도 결국 읽고 싶어서 다시 1권부터 보고 지금 여수까지 보고 왔어.
890일 전? 그쯤 읽었다고 나오더라고. 그 동안 내 머릿속에서 중력은 훨씬 피폐하고 폭력적이고 끝간데 없이 가라앉은 아주아주 무거운 글이었거든. 그래서 재탕은 꿈도 못 꿨어. 그래서 이번엔 대각선 스킬 좀 쓰면서 읽었더니 그럭저럭 안 울고 읽을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너무 과장돼 있기도 했더라.
'그래 이제 뭐 어쩌겠냐 서로 기대고 살아야지' 하는 아버지 말씀이 되게 마음에 남는다. 둘이서 어떤 불가항력적인 우주적인 이벤트로 그렇게 그렇게 엮여서 벗어날 수 없는 중력에 궤도에 사로잡혀서 시간은 거스를 수 없고 그냥 나아가면서 소멸을 향해 가는 건가 싶다가, 그냥 아주 평범하게 남들 흔히 가는 여수에, 순천에 놀러 가서 케이블카 타고 사진 찍고 둘째 계획하고 그렇게 어깨 위에 짊어진 무게를 조금씩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 그냥 너무 좋아.
이제 재희가 적당히 덤덤한 문체로 몇 편 발표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세상 밝고 사랑스러운 단편도 한 편 써서 문단이 한번 술렁이면 좋겠다.
중력
쏘날개 저
차학윤x강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