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며칠째 중력이 현생을 잡아 먹어서 그런지
머릿속엔 온통 중력과 학윤재희 생각뿐인 나..
문득 학윤이가 평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봄
“용서는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아.”
처음 학윤이의 이 말을 들었을 때
평생 재희의 얼굴을 보며
증오를 떠올리고
과거를 떠올리고
다시 또 사랑을 떠올리고
현재를 떠올리겠구나
하면서
평생 재희를 용서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평생 재희를 사랑하게 되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고만 느꼈음
어쩌면 이게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런데 한편으로 학윤이는 사실 재희를 용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음
재희에게
기억 일부가 온전치 않다는 소견이 있지 않느냐
너는 그 현장에 처음부터 있던 게 아니라
뒤늦게 끼어든 게 아니냐고 묻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재희를 용서해도 되는
그 용서를 스스로라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음
자신을 조금이라도 용서해보려는 학윤이를 알기 때문에
재희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면서
직접 찌른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결코 드러내지 않음
자신이 학윤의 동생을 죽게 한 살인자로 남아서
버릇처럼 다정하고 버릇처럼 다정할 학윤이의 아주 작은 증오라도 받아야
그것으로 죗값이라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자신을 아는 거지..
그런 맥락에서
용서는 평생 할 수 없을 것 같다던 학윤이의 말은
어쩌면 재희가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고 느껴짐
그렇게 스스로 선언이라도 하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재희를 이해하고 용서하려 할테니까
정말 학윤이는 버릇처럼 다정하다는 게 참 맞는 말이고
그래서 학윤이도 재희도 너무 안타까움
또 한편으로는
내 가족을 죽인, 내 가족을 죽게 한 사람을 용서할까봐 두려울 만큼
그만큼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걸까
싶어서 학윤이의 사랑의 무게 때문에 또 숨이 막힐 것 같았고
그런 학윤이에게 용서받을까봐 두렵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내려놓을까봐 무섭지만
그럼에도 옆에 남아 있고 싶어할 만큼 사랑한다는 건 또 어떤 걸까
싶어서 재희의 사랑에 또 가슴이 먹먹해졌음
오늘도 느끼지만..
중력은.. 재해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