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글 복습하다가 거미줄에 대한 글을 봤는데,
보통 '하늘에서 내려오는 구원의 줄'하면
한국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들었던 전래동화 햇님달님의 '동아줄'이 먼저 생각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지도 않고 금방 끊어져 버릴 것 같은 거미줄을 소재로 쓰신 이유가 뭘까 했는데
나는 작가님께서 저 부분을 일본 소설중 하나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거미줄'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어.
소설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평생을 살인, 방화, 도둑질 등의 나쁜짓만을 일삼던 남자가 지옥에 떨어져서 벌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날을 보내던 중에
남자가 생에 유일하게 했던 착한 일이 '밟아 죽이려던 거미를 살려보내준 일'이라는 걸 알게 된 신이
그 보답으로 거미줄 한가닥을 내려 보내주고 남자가 그 거미줄을 타고 올라 지옥을 탈출한다는 이야기인데...

발췌는 알랭이 일레이를 두고 하는 말인데 '거미줄'의 내용과 흡사하지?
일레이는 '거미줄' 속 남자와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지
살인은 기본이요, 방화도 했었고(자작나무 숲)
도둑질은 크게 나오지는 않지만, 태의 피셜로는 '다이아몬드 수저가 아니었다면 도둑질도 서슴없이 했을 놈'이니까

일레이가 '남자'라면 태의는 '거미'가 아닐까 싶어.
정확히 말하면 '남자가 밟아 죽이려던' 거미지.
실제로 본편에서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고 그것을 '화'라고 생각한 일레이는 태의를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잖아.
하지만 살려놓은 거미에게서 거미줄이라는 보답을 받은 남자처럼
일레이도 결국에는 살려놓은 태의에게서 보답같은 여러 감정과 애정을 받지.
근데 사실 '거미줄'의 결말은 결국 불행으로 끝나.
거미줄을 타고 오르던 남자는 자신의 뒤로 거미줄을 타고 따라 올라오는 다른 죄수들을 보게 돼.
무거워진 무게에 거미줄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남자는
뒤따라오는 다른 죄수들에게 '이 거미줄은 내 것이니, 너희는 어서 손을 놓고 떨어져라'라고 소리쳐.
그러자 갑자기 거미줄이 끊어지면서 남자까지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지.
그 모든걸 지켜보던 신은 자신만 살아남겠다고 욕심을 부리던 남자를 안타까워하며 이야기가 끝나.

그리고 일레이도 태의의 애정을 '욕심'내지.
그게 가장 잘 보이는 건 정재의를 대할 때인 것 같아.
패션덕들이 아는 태의는 인간관계 자체는 소중히 하지만 함부로 넘지못할 기준은 있는 사람이지.
그런 태의의 기준을 매번 가볍게 넘어버리는 사람,
태어날 때부터 형제이자 가족, 태의를 길상천으로 두고 있는 존재.
태의의 애정이 온전히 자신에게만 오기를 '욕심'내는 일레이는 거미줄에서 정재의를 떨어뜨려 보려고 하지만

일레이가 조금 더 진심으로 정재의를 떨어뜨리려 했다면, 거미줄은 끊어지고 일레이는 또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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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쨌뜬 거미줄은 저 이야기에서 가져온게 아닐까 싶었어!
패션보면 삼국지, 인도신화 처럼 여러 나라의 다른 이야기에서 가져온 소재들도 간혹 보이고
작가님 필명도 일본어에서 따왔다거나 문체가 일본 번역스럽다는 이야기 같은 거 보면
일본 소설도 많이 읽어보셨고 그것에 영향을 받으신 것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