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씨. 도착했는데. …주무세요?”
“네. 자고 있어요.”
이우연이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인섭이 그의 장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이우연이 눈을 떴다.
“슬리핑 뷰티 깨우는 방법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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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걔가 다른 사람한테 다정하게 구는 게 싫어요.
그 빌어먹을 정도로 착한 성격 덕분에 나 같은 씹새끼를 좋아해 준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요.
최인섭이 좋아하는 건 사람이든 동물이든 풀때기든 다 치워 버리고 싶다고요.
그냥 가둬 놓고 나만 보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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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침대 위에서 이우연이 내려와 그런 인섭을 확 잡아끌었다.
"뭐 하시는…."
"내가 무서워서 안 되겠어요."
"네?"
"귀신 나올까봐 무서워서 인섭 씨랑 자야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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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지 말라는 건 안 할게. 살인, 방화, 약탈, 강간. 또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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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 차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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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표 차 탈락)
“인섭 씨.”
“…네.”
“좀 더 웃어 줄래요?”
이우연이 손가락으로 인섭의 입술과 눈매를 더듬었다.
“울면 예쁜 줄 알았더니, …웃으니 더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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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네가 왜 이렇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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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내가 뭔 죄를 지어서. 나라를 팔았나?"
"전생에 나라 팔고 현생에 돈 버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닥쳐! 미친 새끼야!"
"미친 새끼가 돈 많이 벌어다 드리잖아요. 좀 참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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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내 목숨보다 소중한 네 몸뚱이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네가 정신을 차리고 이 진창에서 발을 빼기 전에 내 옆에 영영 묶어 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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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내가 당신 제일 사랑해. 누구를 데려와도 안 될 만큼 사랑해요.”
나직한 음성이 제 절절한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우연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깃들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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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믿고 인섭 씨를 소파에서 재워요. 금고 털어서 도망갈 수도 있는데. 도망 못 가게 꽉 끌어안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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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섭 씨 때문에 진짜 미치면 어떡하지. 정신 병원에 갇히는 거 이제 지겨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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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 차 탈락)
“나는….”
이우연은 말을 잇는 게 고통스러운 듯 눈가를 찌푸렸다.
“아직도 네가 날 좋아해 주는 게, 믿기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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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되면 태어나자마자 인섭 씨가 눈앞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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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합니까. …이젠 정말로 미친 것 같아요.”
“정말로, 정말로, 내가 미친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사람처럼 굴 수 있었는데, …그게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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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방화, 약탈, 강간. 뭐 그런 거 말이다. 법에 처벌받는 일.”
“아아.”
이우연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안 해요, 그런 거, 하고 대답했다.
“그럼 다행이고.”
그래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구나.
“해 봤는데 영 귀찮더라고요. 증거도 없애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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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