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천이십사년 유월 십구일, 유월의 여름밤이 더 더워지기 전에 살을 빼보고자 급하게 자전거를 구입한 날이었다. 그날 역시 오후에는 폭염주의보로 30도에 육박하는 고온의 날씨가 땅을 덥혔으나, 해가 진 뒤 잠깐 서늘해진 날씨는 자전거 라이더들에겐 땀을 내기 적합한 상태였으니, 자전거에 미친 사람들은 지금이 기회라며 라이딩을 나가자고 서로를 북돋우던 그런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무묭의 뷰덕은 자전거를 쉰지 너무 오래된 탓에 겁을 잔뜩 먹고선, 새로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 자전거만 샀지 아직 쿠*에서 산 헬멧과 전조등은 도착하지 않아, 슬렁슬렁 맛만 보고자 사람 없는 길을 찾아 운동화 신은 발을 내딛었다.
역시나, 자전거는 수영과도 같아서 타자마자 금방 감을 찾았으나
역시나, 10키로나 쪄버린 내 몸뚱아리는 자꾸 자전거에 다리를 부딪쳤고
역시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탄 탓에 자전거 기름 때와 날카로운 페달은 내 다리에 얼룩과 상처를 냈다.
낮의 뜨거운 해가 덥힌 땅이 다 식지 않은 탓에 밤의 온도는 25도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달릴때 만큼은 공기가 시원하게 변해 머리카락을 날리고 옷 사이를 들어와 피부를 훑으며 나를 기분좋게 해주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멈추는 순간 다시 피부가 촉촉해진 탓은 고작 3키로를 달린 라이더의 운동 결과가 아닌, 더운 밤 공기가 축축했던 탓이리라.
그렇게 땀이 난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샤워를 마치고 보니 다리에 묻은 기름때가 부끄럽게도 고작 3키로 탄 태아 라이더의 훈장처럼 본인주장을 하고 있었다. 땀에도 지워지지 않고, 샤워볼과 피부의 마찰에도 그대로였으며, 블랙눈물을 지우는 폼클렌징과 엄지손가락의 지문 요철에도 살아남았다 마치 문신처럼.
아아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발을 씻자 레몬향
처음 그를 손에 든 건 습관적인 루틴이었으리라
처음 그를 분사하였을 때도 아무생각이 없었으리라
두번 세번 분사한 뒤에 손으로 문질렀을때 살짝 일그러지는 자전거 얼룩때를 보니 너는 내 훈장은 아니구나
뽀득뽀득 완전히 지워지는 까만 자전거 기름때를 보며 얼룩과 상처 따위는 내게 훈장 같은 것이 될 수 없는거야 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물과 함께 흘러간 자전거 기름때, 그 순리를 너무 힘들지 않게 도와준 발을씻자 레몬향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