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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中 격파한 환상 듀오, 다시 최강 라이벌…전희철 vs 조상현 “또 봅시다, 챔프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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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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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오른쪽)과 LG 조상현 감독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듬직한 체구의 한 남자가 자신보다 한 뼘 큰 이에게 다가서더니 푹 안겼다.

“얼마 전까지 술잔을 나누던 형님이 이제 내일부터는 적이 됐네”라고 장난끼 넘치게 말하는 그는 프로농구 창원 LG 조상현 감독(49). 그가 안긴 ‘형님’은 전희철 서울 SK 감독(52)이다.

현역 시절부터 코트에서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 리그 최고를 다투다 최근 제대로 사고를 쳤다.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에서 임시 감독과 임시 코치로 국가대표 소방수로 등장해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FIBA 랭킹 27위 중국은 지난 8월 아시아컵 준우승팀. 당시 8강에서 71-79로 졌던 한국은 56위로 랭킹상 적수가 되지 않는다. 전희철-조상현 비상체제로 이끈 한국 남자농구는 중국 상대로 무려 12년 만에 2연승을 거뒀다.

최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 두 감독은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솔직히 성적이 나쁘면 어떤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다는 각오로 나갔던 대회다. 2025년이 정말 행복한 한 해로 끝났다”고 말했다.

안준호 전 농구대표팀 감독의 후임을 찾지 못해 지휘봉을 떠맡았던 두 감독의 출발은 사실 매끄럽지 못했다. 소집 전 여준석(시애틀대), 유기상(LG), 송교창, 최준용(이상 부산 KCC) 등이 부상 등으로 낙마했다. 중국과 맞대결을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선 안양 정관장에 14점 차로 대패했다. 훈련기간조차 나흘에 불과했다. 중국을 상대로 큰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원정에서 중국을 80-76으로 눌렀고, 12월 1일 원주로 불러들인 2차전에선 90-76으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만리장성을 쓰러뜨린 비결을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전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니 (연습경기 대패가) 약이 됐다. 이기려는 경기가 아니라 어떤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걸 하려 하면 안 되겠구나는 하는 걸 느꼈고,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로 3점슛과 속공이다. 중국은 저우치(212㎝), 후진추(210㎝), 장전린(208㎝), 쩡판보(207㎝) 등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상대의 빈 틈을 찌르는 양궁 농구를 펼치는 동시에 수비가 흔들리면 속공으로 파고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전 감독이 양궁 농구의 큰 틀을 짜면, 조 감독은 그 안의 디테일을 채웠다. 이현중(나가사키)을 살릴 수 있는 스크린 플레이와 관련된 패턴이 대표적이다. 전 감독은 “LG가 (슈터가) 스크린을 받는 패턴을 잘 쓰지 않느냐. 그 패턴 3개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덕분에 우리가 쓰는 패턴이 다 외부로 노출됐다. 그래도 전 감독님의 스페이싱 농구를 다시 좀 배우긴 했다”고 말했다.

중국전 필승전략이 완성될 때까지 고심을 거듭한 두 사람 앞에 쌓였던 술병이 몇 병인지 모른다. 허리 둘레가 손가락 한 마디는 늘어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 감독은 “반 년간 마실 술을 그 열흘 사이에 다 마셨다. 선수를 뽑을 때부터 시작해 원주에서 중국을 꺾고 헤어지는 다음 날까지 매일 마셨다. 이젠 술을 마시면 관절도 붓는 걸 형님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그래도 난 글래스, 조 감독은 (작은) 잔이었다”고 받아쳤다.

프로농구 LG 조상현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몸을 아끼지 않은 두 사람의 노력은 코트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현중이 1차전에서 3점슛 9개로 33점을 몰아쳤고, 이정현(소노)은 2차전에서 3점슛 6개로 24점을 책임져 중국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상대 공격의 맥을 짚는 짠물 수비까지 곁들이며 중국에 한때 30점 차 이상으로 점수를 벌리는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마법 같은 타임으로 흐름을 바꿔놓았다. 전 감독과 조 감독이 한 몸처럼 동시에 작전 시간을 요청하는 장면은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 감독은 “코트에서 내 눈이 4개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코트에서 잡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코치로 보좌한 조 감독이 대안까지 짚어주면서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전 감독은 “현중이가 지친 상황이었다. 감독의 시야가 없는 코치라면 현중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게 전부일 텐데, 조 감독은 달랐다. 현중이가 힘드니까 2분 쉬게 해주고, (안)영준이를 넣어달라고 말하더라. 이게 진짜 우리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코치가 힘이 날 때는 감독이 의견을 들어줄 때다. 정말 형님이 내 의견을 잘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한국의 선전은 중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에도 2시간 가량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전 감독은 “사실 중국이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의 면면만 보면 너무 세지 않느냐”면서 “이번 맞대결에서 KBL 선수들이 능력이 있다고 깨달았다. 빅맨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노력을 많이 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조 감독도 “사실 모두 현중이만 이야기할지 모른다. 대표팀 코치로 있었던 5년 전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하면 안 될 정도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미국프로농구(NBA)로 진출하지 못한다면 우리 팀으로 바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라면서도 “현중이가 빛나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이 희생을 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내려놓은 무거운 짐은 이제 라트비아 출신의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에게 넘어갔다.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선두다. 한국은 내년 2월 26일 대만, 3월 1일 일본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전 감독은 “우리가 중국을 두 차례 이겼으니 월드컵 본선에 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새 감독님이 한국에 오면 우리들과 미팅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훈련한 부분과 방향성에 대해선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두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내려놓은 또 한 가지는 우정이다. 이제 다시 KBL 코트에서 적수로 마주하고 있다. 인터뷰 다음 날 바로 있었던 맞대결에선 SK가 77-55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마치 중국을 이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정규리그 선두는 여전히 조 감독의 LG다. 전 감독은 “LG가 1등이 아니면 누가 1등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프로농구 SK 전희철 감독(오른쪽)과 LG 조상현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조 감독은 거꾸로 전 감독의 SK를 경계했다. LG는 바로 지난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최단기 우승을 거둔 SK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4승3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경기를 먼저 이기면서 4경기 만에 우승하는 줄 김칫국을 마셨다. 형님이 재미없으니 한 경기만 더 하자, 한 경기만 더 하자 하면서 따라오더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은 아니었다”고 농담하면서 7차전에서 역전극을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지금도 감추지 못한다. 그 아쉬움을 새해 풀어낼 수 있다면 최고의 결과다.

전 감독은 “LG와 포스트시즌 반대편에서 만나려면 2위 아니면 3위까지 올라가야 한다”면서 “2025년은 너무 힘들었다. (LG에게 패배한) 챔피언결정전도 너무 아쉬웠다. 2026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2025년은 반대로 나한테 너무나 행복한 해였는데, (형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고) 내년에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화답했다.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144/0001088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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