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BL 5층 집무실에서 만난 유 본부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한다. 아내가 매일 성복역으로 마중을 나오는데 ‘그 나이 돼서 생전 경험해 본 적 없는 출퇴근을 한다’며 웃더라. 나도 아침저녁으로 지하철을 타려니 어색한 점이 많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3년간 KBL 경기부와 심판부를 관장하게 된 유 본부장은 “현대모비스 총감독에서 물러난 뒤 가족들을 만나러 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1년간 지내면서 농구는 잠시 잊고 정말 푹 쉬었다”면서 “올해 2월 잠시 한국으로 왔을 때 경기본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위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원로분들은 ‘네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맡으라고 하셨고, 젊은 친구들은 ‘잘해도 욕먹는 자리를 뭣 하러 가느냐’며 반대하더라.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얼마 전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1일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하드 콜’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KBL이 다른 나라보다 몸싸움을 엄격하게 판정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배경을 묻자 유 본부장은 “다시 알아보니 하드 콜이나 소프트 콜이란 용어는 없더라. 다른 단어로 대체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현재 KBL에서 핸드 체크는 무조건 파울이다. 몸싸움이 일어날 때도 조금만 부딪히면 휘슬이 불린다. 이는 국제농구연맹(FIBA) 룰과는 전혀 달라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실증적인 예시도 들었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이었다. 젊은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은 예상을 깨고 일본과 1승1패로 대등하게 맞섰다. 유 본부장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더라. 어리다고 걱정이 많았는데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평가전도 FIBA 룰을 따르다보니까 몸싸움 과정에서 휘슬이 잘 불리지 않더라. 우리 선수들이 더 과감하게 골밑으로 치고 나가지 못한 이유다. 평소 같으면 파울이 나오는 장면인데 그렇지 않으니까 외곽으로 공을 빼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지금의 규칙은 공격자에게 너무나 유리하다. 또, 농구가 자구 끊긴다면 재미가 반감된다. 이를 정상으로 돌려놓자는 뜻에서 하드 콜을 강조했다. 조만간 심판부가 소집되면 이와 관련된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화도 예고했다. 현재 미국프로농구(NBA)에선 비디오판독이 끝나면 필요할 경우 주심이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설명한다. KBL은 심판이 아닌 비디오판독관이 대신 나선다. 유 본부장은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당연히 비디오판독 상황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정도의 자신감도 없다면 팬들이 납득하겠는가. 부담스럽다고 그러한 책임을 피하면 안 된다”고 했다.
유 본부장 역시 감독 시절에는 심판진과 부딪히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이제는 심판들과 같은 배를 탄 사이가 됐다. 새삼 새옹지마라는 단어를 느끼고 있다는 유 본부장은 “총재님께서 신뢰와 공정을 강조하시더라.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두 단어를 소중히 여기며 경기본부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https://m.sports.naver.com/basketball/article/025/0003372493